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 교정하는 속성은 백색 색온도(whitepoint), 백색 밝기(white level), 톤 재현 특성(tone reproduction), 검정 밝기(black level)의 4가지다. 이 4가지 속성 가운데 검정 밝기는 LCD처럼 백라이트를 기반으로 한 수광형 디스플레이에선 의미가 없다. 오늘 다룰 주제는 백색 색온도다.
◇ 사람의 눈은 기계와 다른 순응형이다=어차피 사람의 눈은 각기 다른 색온도, 예를 들자면 4,000k 색온도 백색과 7,000k 색온도 백색을 모두 백색으로 순응해 인지한다. 미색을 띈 누런 용지를 한참 보고 있으면 이를 흰색으로 순응하게 되고 푸른색이 가득 한 LCDTV에 있는 백색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흰색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인간의 색 순응(chromatic adaptation)이라는 생리학적 메커니즘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백열등, 형광등 등 파장이 서로 다른 조명 아래에서 흰 종이를 봤다고 치자. 서로 다른 컬러로 보지 않고 그냥 흰 종이로 판단하는 이유는 시각 세포 내 s추상체가 추가 단파장 에너지를 보정해 태양광에서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지고 I추사체가 백열등에서 추가 장파장 에너지를 보정하기 위해 덜 민감해지는 것 같은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눈은 최종적으로 5,000k 흰색도 흰색, 7,000k 흰색도 흰색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모니터에서 캘리브레이션을 한 뒤 누렇게 보이거나 푸르게 보이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정확하게 알아둬야 할 건 누렇게 보이거나 푸르게 보이는 건 무엇에 비해 상대적으로 누렇거나 푸르다는 얘기다. 관찰자의 눈이 이미 어떤 색온도에 순응되어 있는 상태에서 모니터에 있는 6,500k 색온도를 보니 상대적으로 누렇거나 푸른 흰색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눈이 컬러를 인지하는 데 있어선 시공간적 특징에 의존한다. 모니터 주변 벽 색상은? 모니터가 위치한 방 조명은? 사람의 눈은 어떤 색온도의 흰색에 순응되어 있는 상태일까. 이를 먼저 파악한 다음 모니터를 봐야 한다. 기계는 사람처럼 색에 순응하지 않는다.
보통 sRGB나 어도비RGB, BT Rec.709 같은 표준에서 디스플레이 기기의 기준 색온도를 6,500k로 잡는다. 수치에 우선해 모니터를 맞추고 주위 환경과 사람의 눈을 이에 맞게 맞출 것인가. 아니면 주위 환경을 그대로 두고 해당 환경에 맞춰서 모니터를 특정 색온도로 캘리브레이션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CMS 바이블로 꼽히는 저서(real world color management)의 저자인 브루스 프레이저(bruce fraser)는 수치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5,500k나 7,500k로 캘리브레이션했더니 훨씬 좋아 보인다면 그 값이 해당 환경에 적당한 색온도 값이다. 결국 뭘 선택할지는 사용자의 선택이다. 정답은 없다.
◇ LCD에서 백색 색온도 조정 가능할까?=LCD 모니터는 백라이트 빛을 RGB 필터가 차단하거나 열어서 이미지와 컬러를 표현하는 구조를 취한다. 흰색은 모든 필터가 열려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흰색의 색온도는 백라이트 색온도인 것. 백라이트 색온도는 조절이 가능할까?
현재 시중에 나온 모니터 중 백라이트 색온도가 조절되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니터의 흰색 색온도는 과연 어떻게 조정될까. 결국 RGB 필터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RGB 컬러 필터를 조절해 흰색 색온도를 조절하면 결국 RGB 재현 성능이나 다른 요소에 어떤 식이든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다만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은 그나마 줄어든 성능 내에서 레벨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은 줄어든 성능 내에서 그만큼 톤 재현 레벨 역시 줄어 톤 뭉침(Banding)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의 톤 재현 성능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면 기술적으론 백색점 교정은 실시하지 않는 게 맞다.
개인적으론 모니터에선 RGB를 건드리지 말고 백색점 색온도 조정을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권하고 싶다. 거의 모든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솔루션은 백색점을 선택하는 데 있어 원시 설정 옵션을 갖고 있다. 이 설정을 사용하면 백색점 교정은 하지 않고 백라이트의 백색 색온도를 그대로 쓰겠다는 의미다. 이런 옵션이 모든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솔루션에 제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니터의 톤 디테일이나 계조별 정확한 컬러 성능을 우선할지 혹은 백색점을 우선할지. 개인적으론 톤 재현 성능을 우선하고 흰색 색온도가 눈에 띄게 불편하다면 모니터 주위 환경을 여기에 맞출 것이다.
◇ 화면 균일도는?=모니터 화면 내에서 발생하는 컬러 차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프는 LCD 모니터 화면 내에선 컬러 차이를 나타낸다. 에이조 CG 시리즈처럼 균일도 보상을 해주는 하이엔드 모니터는 예외겠지만 보통 쓰는 LCD 모니터 화면 내에선 500∼1000k 색온도 차이는 너무나 흔하다.
아무리 가운데를 6,500k로 맞췄다고 해도 과신해선 안 된다. 좌우나 상하에선 7,000∼8,000k가 놀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모니터 색온도는 중요하지 않다?=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하고 컬러 매니지먼트를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가장 흔한 사례인 모니터와 프린터 매칭을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다른 모니터와의 일치를 위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속성은 뭘까. 바로 흰색 밝기다. 다른 건 안 맞아도 일단 흰색 밝기를 일치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4가지 속성 가운데 하나다.
다음으론 색 재현 영역이다. 이는 캘리브레이션이 아니라 모니터 프로파일 영역이다. 이미지를 보고 용지에 출력할 이미지를 시뮬레이션할 소프트웨어, 어도비 포토샵의 영역이기도 하다. 백색 색온도는 그 다음 문제일 뿐이다.
먼저 색온도를 맞추지 말고 밝기를 맞추라는 것, 또 모니터와 라이트박스를 한눈에 보이는 곳에 두지 말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니터와 프린트를 한눈에 놓고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중심과 시각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간상체 세포로 주로 이뤄진 중심과 외각 세포로 모니터와 프린트물을 보는 건 넌센스다. 이렇게 중심 시각을 이용하면 눈이 서로 다른 백색 색온도에 적응하는 게 가능해진다. 컬러를 비교하는 데 있어 인간의 단기 기억은 꽤 정확한 편이다. 걱정하지 말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모니터와 프린트물을 놓고 비교해야 한다.
◇ 색온도 안 맞추는 데 왜 캘리브레이션을?=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 설명한 속성 중 톤 재현 특성과 백색 밝기, 이 2가지 속성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캘리브레이션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가장 크게 얻는 이득은 톤 재현 특성 교정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기도 하다.
이미지처럼 RGB 0에서 255단계까지 컬러 채널별로 톤 특성을 교정한다. 이를 통해 셰도디테일, 미드톤 디테일, 하이라이트 디테일은 물론 톤 밝기 영역별 컬러가 교정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색 재현 영역이다. 색역 정보는 캘리브레이션을 한 이후 프로파일을 통해 담겨지고 포토샵에 전달된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해야 하는 것이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관성 확보다.
결론을 내리자면 먼저 6,500k 숫자에 목숨 걸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에 맞는 색온도는 본인이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원시 색온도(native whitepoint)는 나쁘지 않다는 것, 또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진짜 목적은 톤 재현과 흰색 밝기 그리고 색역 파악을 위한 프로파일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현 이미지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선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 필수라는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환교수/컬러테크연구소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