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 대가 전산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간에 걸쳐 특집으로 다룬 ‘드론’(Drone) 얘기다.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s)라고도 불리는 드론은 ‘윙윙거리는 벌 소리’라는 원래 뜻답게 기존 유인비행기보다 작은 크기로 하늘을 누빈다. 최초 개발 목적은 군사용이었다. 하지만 그 기술이 민간에 유입되면서, 택배·배송 업계가 제일 먼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은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시작으로 구글, 고프로 등 인터넷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인텔과 퀄컴 등 정통 IT업체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현재 민수용 드론의 활용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는 택배시장이다. 기존 육·해상 운송에 한계를 느껴온 DHL은 지난 9월 실제 택배물품을 드론을 통해 배송했다. DHL이 개발한 전용 드론(파셀콥터)이 독일 북부 항구에서 12㎞ 떨어진 북해의 위스트 섬까지 물건을 배송한 것이다. 섬에서부터는 다시 DHL 차량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로 옮겼지만, 성공적인 첫 드론 배송작업이었다는 평가다.
아마존도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전용 배송 서비스를 통해 당일 배송을 실현해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알리바바와의 무한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배송의 우위를 점하는 것만이 양강 구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전략에서다.
아마존은 ‘옥토콥터’라는 드론을 활용, 물류창고를 기준으로 반경 16㎞ 내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 연방항공청(FAA)에 시험운용 허가요청 서한도 보내놓은 상태다.
구글은 차세대 수종사업인 ‘구글X’ 차원에서 ‘프로젝트 윙’이라는 비밀 드론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여름 호주에서 물과 의약품 등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장면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이 대중화되면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전용 운용체계(OS)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이 시장을 타깃으로 한 개발 전쟁도 한창이다. 리눅스재단은 인텔·퀄컴 등과 연대해 드론 OS의 오픈소스화를 추진 중이다. 에어웨어라는 미국 전기헬기 업체도 드론 OS 개발을 위해 약 4000만달러의 자금을 펀딩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택배업계를 중심으로 드론 도입을 위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CJ대한통운은 육상 운송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산간 지역과 낙도 등 오지 배송을 중심으로 드론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진도 긴급배송 물품에 대한 드론 택배를 고려 중이지만 관련 규제 등 진입장벽 연구를 먼저 진행 중이다.
드론산업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전’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착륙 중인 민간 여객기가 드론과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FAA는 지난달 ‘상용 드론 규제안’을 마련, 입법 단계에 착수했다. 이에 따르면 비행 시간, 고도는 물론이고 드론을 조정하는 사람의 자격까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내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의 발전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규제 마련을 요구한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항공 안전은 물론이고 사생활 보호까지 커버할 수 있는 보수적 규제안을 구상 중이어서 양자간 입장차가 크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한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규제안에 따르면 드론의 비행은 전국 18개 지정된 장소에서 가시권 조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창조경제 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을 대표 발의,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량 등 창조경제 지정 시범사업에 한해, 관련 규제법안 적용을 제외시켜 줄 것을 입법 추진 중이다.
이 의원은 “드론 등 창조적 신기술이 기존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만약을 위해 해당 사업이 국민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관 부처가 이를 중단시키거나 사업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법안에 명시해 뒀다”고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