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부정적인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잦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물리적인 비행기 충돌 사고부터 마약 배송, 불법 감시 카메라 탑재, 테러모의와 같은 악용 사례도 다양하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우려는 비행기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신고된 비행기와 드론의 충돌 우려 사건은 193건에 달한다. 매달 25건 정도 접수된 꼴이다. 미국 언론들은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드론 관련 사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9일에는 미국 케네디 공항으로 접근해 착륙을 준비하던 3대의 비행기가 근접하던 드론과의 충돌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항공 전문가들은 크기가 작은 드론이 비행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거나 프로펠러와 충돌할 경우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행기와 드론의 충돌 우려는 대부분 공항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데,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라는 점에서 드론 충돌은 대형 참사의 위험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드론의 악용 사례도 대두된다. 드론이 몰래 교도소까지 찾아간다. 지난 4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교도소에서 마약, 담배, 휴대폰이 드론에 실려 수감자에게 전해지려다 적발됐다. 또 다른 교도소에서도 드론으로 담배를 배송하다 감시원의 쌍안경에 포착됐다. 무인 시스템으로 간편한 배송이 가능하다는 드론의 장점이, 불법적인 밀거래로 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드론에 카메라를 달면 날개달린 CCTV가 된다. 드론은 몸집이 작아 은밀한 감시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높다.
얼마 전 유튜브엔 수건으로 몸을 가린 한 여성이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드론을 내쫓고 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드론에 붙인 사진기를 이용해 유명인의 파파라치 사진을 찍는 사태도 왕왕 발생해 할리우드 스타들은 긴장태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찌감치 영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집중한 최초의 드론 운행 가이드를 내놓았다. 드론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놓은 자구책이다.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는 드론을 언제 어디에서 띄울지 사전 고지해야 하는 조항부터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한에서 비행이 가능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아직 권고수준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 밖에도 드론이 축구경기장에 난입해 ‘축구 전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2008년까지 이어진 코소보 사태로 앙숙 관계인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경기에서다. 2016 유럽축구 선수권대회 예선전엔 경기 중에 공중에 갑자기 나타난 드론이 축구를 중단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알바니아 깃발이 꽂혀 있던 드론이 경기장을 날아다니자 격분한 선수들과 관중 일부가 뒤엉켰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엔 경기 파주시 산속에서 DSLR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발견됐는데 그 안엔 청와대 등 사진이 담겨 있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론을 이용한 테러모의, 자폭 공격 등 다양한 형태로 드론이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