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5년은 UN에서 선포한 ‘세계 빛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Light and Light-based Technologies)’다.
이는 UNESCO의 결의와 추천을 받아 지난 2013년 UN총회 의결을 거쳐 선포됐다. 세계 85개국에서 100여개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광학회가 공식 파트너로서 적극 참여하고 있다.
UN의 주요 관심사인 인류복지의 향상을 위한 핵심 과학기술분야로 광학을 선정하고 빛과 그 응용기술이 인류의 현재와 미래의 삶 그리고 사회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관련기관들의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취지다.
빛은 우주의 탄생시점부터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빛이 없이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고 우주를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들의 구성에도 빛(광자)이 필수다.
근대에 들어 기초과학분야 연구의 중요한 축으로서 광학이 역할을 해왔다. 최근엔 노벨물리학상 수상분야 중 광학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광학이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산업과 생활에 직접 응용되는 기술이 많이 개발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조명, 카메라 등 영상기기를 비롯해 레이저와 광섬유의 출현으로 빛의 응용은 인류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고, 초고속 광통신을 이용한 인터넷 등 통신혁명, 에너지 절약을 통한 지구환경개선, 또 이런 여러 응용분야와 관련된 산업을 통한 경제발전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광기술은 미래국방기술 분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높아 레이저무기체계와 광센서들이 군사강국에서는 실전배치 되어 있는 점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이 인류의 일상생활에서 이미 중요하고 밀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과 정책결정기구 등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광학이 핵심인 장비들도 사용자와는 최종적으로 전기·전자 장치를 통해 연결돼 있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광범위한 빛의 응용 비중이 커져 지난 20세기가 전자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광산업이 첨단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이 분야에 큰 투자를 하고 있거나 예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제조산업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생산기술 혁신을 위한 기구를 만들고, 광학기반의 생산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을 신설해 2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1세기 신산업의 핵심기술로서뿐 아니라 국방관련 미래기술로서 광학과 그 응용연구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21세기 첨단 산업 그리고 인류 복지 향상의 핵심인 빛의 과학과 그 응용기술에 대한 투자가 늦어져 선진국 진입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UN이 선포한 ‘세계 빛의 해’와 관련,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제적인 행사와 함께 각국에서 별도로 기획된 행사들이 진행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광학회 주관으로 여러 행사가 계획돼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 그리고 산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윤 KAIST 연구부총장(전 한국광학회장), yoon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