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하도급 가장 많은 불공정거래는 ‘서면미교부’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 B사는 원 수주업체 A사의 위탁을 받아 ‘OOO관리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솔루션 업데이트와 기능추가 부분 제안서 작성에 참여했다. 하지만 제안서 제출 이후 A사는 B사와 연락을 끊었다. 사업을 수주한 A사가 본사업에서 B사를 배제한 것이다.

9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 SW하도급과 관련해 분쟁조정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서면미교부’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미교부는 업체가 업무 착수 이전에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발주한 뒤 추후에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경우를 말한다.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만 7건의 조정신청이 이뤄졌으며, 대부분 이와 같은 형태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요약하면 제안서 작성문제로 제안서 작업에는 분명히 이름이 올라간 업체인데 원사업자가 이 제안서로 수주한 후 사업자를 바꿔버리는 경우”라며 “제안서 참여업체에 무리한 가격인하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제안서와 같은 지식성과물 작성에 참여하면 법적 하도급 계약관계가 성립되며 이를 위반하면 서면미교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안서 작업이 용역이 아니라는 업계의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행정예고를 통해 그 동안 영업행위로 간주했던 제안서 작업을 하도급용역으로 보는 지침을 마련 중이다. 아직 지침에 대한 일정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고시개정이 이뤄지면 제안서 작업도 하도급 거래로 인정된다.

이와 관련 업계는 이날 SW사업의 하도급 조건을 강화하고 재하도급을 금지한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SW하도급 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상당부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SW사업자 책임성 강화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 하도급을 제한하는 동시에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 도급받은 공공 SW사업 일부를 하도급이나 재하도급할 때 사전에 국가기관 등의 장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은희 의원실은 “SW개발자는 열악한 근로환경(저임금, 밤샘·주말근무 등) 속에서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창의적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며 “SW개발자, 업계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내 SW산업의 견실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공 SW산업 하도급 구조 개선을 내용으로 SW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공공SW사업에서 50% 이상은 하도급이 제한된다. 단순물품 구매·설치 용역, 신기술이나 전문기술이 필요할 때만 예외 사유가 인정된다. 또 하도급 사업의 재하도급도 원칙적 금지된다. 전체 과업에서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과업을 하도급 받는 SW사업자가 공동수급체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공공SW사업 공동수급 활성화제도)도 도입된다. 하도급 제한 규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위반 시 발주기관 시정요구나 부정당 제재를 할 수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