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은 스페인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민간 선박에 무장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리고 민간 선박이 나포한 화물, 돈 등은 그들 소유가 됐다. 이른바 ‘사나포선(Privateering)’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들간 특허 전쟁에도 이런 ‘사나포선’ 전략이 활용된다. 특히 MS에 휴대폰 제조 부문을 매각한 노키아가 우회적인 특허 사나포선 전략을 채택할 공산이 크다. 노키아는 지난 2013년부터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앞세워 소송을 제기하면서 앞으로 본격화될 특허 공세를 예고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발행한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노키아, 어디를 정조준하나?’에 따르면 노키아가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4년부터다. 지난 2012년까지 8년간 총 15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3년 들어 노키아가 직접 특허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크게 줄었다. 이는 노키아가 제 3자를 통해 특허 소송을 수행하는 사나포선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여러 경로를 거쳐 회사 특허를 NPE에 양도하고 이를 소송에 활용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3년 노키아가 등록한 특허를 활용해 NPE가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13건에 달한다.
두번째로 노키아 특허 공세가 본격화될 징후는 노키아 지분 구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헤지펀드 시장의 거물인 다니엘 로엡이 노키아 지분을 사들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2011년엔 야후 CEO을 머리사 메이어로 교체하면서 명성을 얻은 헤지펀드계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다. 이처럼 투자기업에 대한 실적 극대화를 강조하는 다양한 금융 펀드들이 노키아의 주주로 참여했다.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노키아, 어디를 정조준하나?’는 노키아 주주 구성이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금융 및 기관 투자자들로 구성돼 노키아가 소송을 통한 성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노키아 주가는 작년 9월 2일(휴대폰 사업 매각 발표 직전일) 대비 97%나 올랐다. 애플은 물론, 삼성과 블랙베리, HTC 등을 멀찌감치 따돌린 실적이다.
IP노믹스 보고서 ‘노키아, 어디를 정조준하나?’는 노키아가 특허를 무기로 직접적 소송 및 라이선스 협약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집중 분석했다. 특히 북미, 아시아, 유럽 지역에서 노키아 공격 리스크가 높은 100대 기업 분석과 함께 최근 10년간 노키아 특허를 한번이라도 인용한 3,475개 기업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 상세한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http://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일환기자 ih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