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및 화학 등 전통 산업 기업들도 조세회피처 특허 양도에 나서고 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 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발행한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는 조세회피처 특허 이동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전통산업 기업을 살펴봤다.
◇ 여행용 가방 특허가 조세회피처로....,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 전문제조 업체인 샘소나이트(Samsonite)는 조세회피처에 특허를 양도했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매년 보유한 특허를 룩셈부르크에 양도했다. 지난해까지 총 160여개 특허를 옮겼다. 샘소나이트가 양도한 특허는 모두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델리라인터내셔널(Delilah International) 소유가 됐다. 델리라는 다시 샘소나이트 IP홀딩스(Samsonite IP Holdings)에 특허를 전량 양도했다. 델리라는 현재 10개 미만 소수 특허만 보유해 샘소나이트 특허 이전 경유지로 활용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조세회피처에 위치한 자회사로 특허를 이전할 때 중간 경유 기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샘소나이트는 백팩과 여행가방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지난 1910년 설립됐다. 최근 산악 배낭 전문기업 그레고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 조세회피처 특허 양도 화학기업, 클라리언트
특수 화학기업인 클라리언트(Clariant)는 일찍부터 조세회피처에 특허를 대량 양도한 대표적인 전통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2004~2013년) 총 130여개 특허를 버진아일랜드에 양도했다. 클라리언트가 양도한 특허들은 모두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자회사(클라리언트) 소유가 됐다.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클라리언트는 보유한 특허 대부분을 모기업으로부터 양도받았다. 클라리언트는 글로벌 제약사로 유명한 산도즈(Sandoz)로부터 지난 1995년 분사했다. 산도즈 그룹은 제약 외에 부동산, 레저,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그룹사다. 클라리언트는 현재 전세계 100여개 법인과 2만여 명 직원을 두고 있다. 연매출은 85억 스위스 프랑(한화 8조원)에 달한다.
◇ 특허 양도가 급증한 제약사, 엘란 파마수티컬스
글로벌 제약사 엘란 파마수티컬스(Elan Pharmaceuticals) 특허가 조세회피처인 버뮤다에 대량 양도됐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2004~2013년) 총 70여개 특허를 버뮤다로 옮겼다. 소수 특허를 양도하던 엘란은 지난해 30여개 특허를 양도해 조세회피처 특허 양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엘란이 양도한 특허는 버뮤다에 위치한 바이오젠 아이덱 인터내셔널 홀딩(Biogen Idec International Holding)에게 대부분 양도됐다. 바이오젠은 엘란으로부터 양도받은 특허만 보유하고 있다. 엘란은 아일랜드를 거점으로 1969년 설립된 제약사다. 1990년대 후반 아일랜드 증권 거래소에 200억 유로(€)에 상장됐다. 엘란은 지난해 미국 제약사인 페리고(Perrigo)에 86억 달러(한화 9조 6000억원)에 인수됐다.
IP노믹스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는 2001년 이후 특허 유입이 급증한 조세회피처를 대상으로 △조세회피처별 특허 양도 현황 △특허를 옮긴 주요 글로벌 기업 △특허 이동에 나선 NPE 동향 △특허 이동 이후 글로벌 특허 소송 변화 등을 심층 분석했다.
※ 상세한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http://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강욱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