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은 물론 제약·자동차 업체들도 조세회피처로 특허를 옮기는데 적극적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 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발행한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에 따르면, 조세회피처에 특허를 75건 이상 양도한 기업은 총 2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인 13개사가 반도체·전자·통신 등 IT기업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NXP 등 반도체 기업과 NEC·혼하이 등 전자기업이 각각 5개사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IT 기업 외에 제약·자동차 기업들 역시 움직임이 활발하다. 산도즈·드퓨·델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의 특허가 조세회피처에 집중되는 것은 없다시피 한 세금 때문이다. 케이만군도·룩셈부르크·사모아 등 주요 조세회피처의 특허 관련 세율은 0%다. 파나마만이 13%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미국의 30% 세율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조세회피처에 위치할 경우, 특허를 활용해 거둔 로열티나 라이선싱 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 각국의 금융 감독 및 기업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를 조세회피처로 옮기는 주된 이유다.
특허 양도 목적이 분명한 만큼 조세회피처마다 특징도 뚜렷하다. 케이만군도의 경우 반도체 기업의 특허 양도가 두드러진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380여개)와 NXP(210여개)가 대표적이다.
룩셈부르크는 미국과 유럽계 기업의 비중이 높다. 델파이오토모티브시스템·FCI 오토모티브 홀딩스·노키아·알카텔 등이 룩셈부르크에 특허를 양도했다. 대형 특허관리 전문회사(NPE)인 톰슨라이선싱도 최근 룩셈부르크에 특허를 양도했다.
버진아일랜드는 후버(가전), IBM·HP(IT), 훼일렌(가구)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특허를 양도했다. 가장 공격적인 NPE로 평가되는 어라이벌스타도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했다.
사모아는 아시아계 기업들의 특허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일본 NEC, 대만의 혼하이·라이트온테크놀로지 등이 사모아에 특허를 대량 양도했다.
IP노믹스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는 2000년 이후 특허 유입이 급증한 조세회피처를 대상으로 △조세회피처별 특허 양도 현황 △특허를 옮긴 주요 글로벌 기업 △특허 이동에 나선 NPE 동향 △특허 이동 이후 글로벌 특허 소송 변화 등을 심층 분석했다.
※ 상세한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http://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강욱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