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형 데이터뿐 아니라 위성사진·3차원(3D) 지도 등 다양한 공간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태동기를 맞았다. 정부도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 ‘브이월드’를 운영하며 공간·생태자연·건물 정보 등 데이터를 제공해 공간정보 활용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공간정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간정보를 활용해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정부 부처와 산·학·연 공간정보 전문가와 함께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
△고영진 국토교통부 공간정보기획과장
△권오현 이든스토리 대표
△신동빈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
△이창훈 공간정보산업진흥원 기술운영팀장
△조유복 아이씨티웨이 대표
※사회=신혜권 전자신문 차장
◇사회(신혜권 전자신문 차장)=최근 공간정보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에 사회적 기반이나 관련 산업의 활성화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 현황은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신동빈(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우리나라가 공간정보 산업에 관심을 가진 1990년대 중반부터 공공 중심으로 산업이 이뤄졌다. 공공이 발주하는 사업을 민간이 수주하는 수준이다. 측량 기반 데이터베이스(DB)와 관련 시스템 구축이 중심이었다. 2010년이 넘어서 공공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새로운 DB나 시스템 개발보다는 유사·중복 사업 성격이 강하다.
이제는 공공 중심에서 민간 산업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대형 포털에서 공공정보를 활용한 융·복합 서비스와 사물인터넷(IoT), u시티 등 민간이 산업을 이끌어가는 전환기를 맞았다.
◇조유복(아이씨티웨이 대표)=공간정보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공간정보의 기본이 되는 측량을 통한 DB 구축, 공간정보 분석 엔진이나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 마지막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한 서비스 산업이다.
지금까지 산업 분야별 비중을 보면 측량과 DB 구축은 60%, 시스템통합(SI) 20% 정도다. 나머지는 공간정보 융·복합 서비스가 차지한다. 이제는 ICT 발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스마트 기기와 연결된 IoT 시대를 맞춰 융·복합 서비스를 강조해야할 시기다. 공간정보도 ICT와 융합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한다.
◇사회=정부에서도 공간정보 산업 발전을 위해 ‘브이월드’를 만들었다. 현재 공간정보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브이월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산업 관련 기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영진(국토부 공간정보기획과장)=브이월드는 지도, 주제도, 3차원 공간정보를 포함한 모든 국가공간정보를 민간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간정보 활용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간정보 활용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오픈API 형태로 국가공간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SW와 하드웨어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국가공간정보 활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브이월드 사용에 대한 비용은 전혀 없다. 민간 비즈니스에 공간정보를 도입해 각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공간정보의 사회간접자본(SOC) 역할이 브이월드의 존재 이유다.
◇이창훈(공간정보산업진흥원 기술운영팀장)=공간정보는 텍스트 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빅데이터 성격을 갖고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경 분포를 지도로 표현했을 때 문자로 표현할 수 있지만 공간정보로 표현하면 특정 지역에 환경문제 등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줘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정보 중첩도 가능하다. 공간정보는 토지와 기후, 환경 등 다양한 데이터를 중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브이월드는 국가의 공간정보를 민간 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채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공간 특성에 따른 중첩 정보 등을 여러 채널을 통해 확보해 국가 공간정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사회=공간정보 산업에서 브이월드의 역할은 명확하다. 그러나 실제 업계에서 브이월드나 정부의 공간정보 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를 창출하거나 시스템 구축이 순탄치 않을 때도 있다. 공간정보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권오현(이든스토리 대표)=업계에서는 공간정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공공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가격정책 등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특히 공간정보산업에서 업체들은 대부분 벤처기업이 많다. 당장 자금이 부족하지만 성장 잠재성이 있는 사업으로 보고 적절한 공간정보 과금 체계를 마련했으면 한다.
활용 측면에서도 불편함이 있다. 공간정보를 가진 국토부에서 부처나 기관별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기관에서 데이터를 받더라도 다른 기관에서 승인이 나지 않으면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한다. 민간은 승인 권한을 가진 기관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민간이 공간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조유복=브이월드를 통해 공간정보를 활발히 민간에 공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공개 제한 데이터나 비공개 데이터가 존재하는데 민간에서는 이와 관련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 민간이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국가에서 좀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공개된 공간정보가 국가에서 구축하거나 필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형태가 국가나 기관에서 운용하기 적합한 구조다. 공간정보산업이 민간 주도로 활성화되려면 쉽게 서비스할 수 있는 데이터로 가공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민간 수요를 파악해 시장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고 개방한다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신동빈=공간정보의 장점은 중첩 기능이다. 그러나 교통정보, 국토 정보, 위성정보, 공간정보 등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브이월드에서 통합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민간에서 쉽게 데이터를 획득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부처별 또는 부처 내에서도 업무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보 공유가 어려울 수 있다.
누구든지 공간정보를 원하면 일원화된 창구에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싱글 포인트 액세스’다.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뒤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더라도 사용자는 한 창구에서 공간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간정보 관련 거버넌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간정보를 관리하는 정부와 기관의 칸막이가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공간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의 창구를 얼마만큼 일원화할 수 있나. 공간정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
◇고영진=공간정보 시장이 발전하려면 민간이 원하는 것처럼 원하는 정보를 시기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부 칸막이 제거가 쉽지는 않다. 정부3.0의 취지도 모든 공공데이터를 적재적소에 제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색된 부처 간 소통을 확대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요구 사항이 명확하지 못한 것도 어려움이다. 시장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수요 파악이 필요하다.
최근 공간정보 관련 시스템을 하나로 모아 재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공간정보 산업에서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시장 수요가 커진 만큼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역할도 중요하다. 민간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시장이 필요한 데이터를 브이월드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이창훈=공간정보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한과 전문성을 가지고 공간정보 관리 체계를 확립하면 일관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 질 것이다. 공간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산업이 발전하면 공간정보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공간정보 벤처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업을 쉽게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직까지 민간에 정확히 알려지지 못한 브이월드 역할에 대한 교육·컨설팅으로 공간정보 산업 기반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시장에서 부족한 공간정보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이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공간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입장에서 현재 브이월드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 공간정보를 가공·활용하는 데 기술·정책적 어려움은 없는가.
◇권오현=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지도 플랫폼은 국내 포털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공간정보 서비스 기업은 브이월드나 다른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브이월드 지도가 빠르고 서비스가 좋아도 일원화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핵심 화두다. 브이월드의 유통권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해 제한을 둘 수 있다. 당연히 개인정보와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를 쉽게 공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 데이터만 가공해 민간에 제공한다면 민간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힘들다.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창구가 명확한 유통권한을 가져야 한다. 브이월드는 이런 점을 고려해 개선돼야 할 것이다.
◇신동빈=데이터 공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다. 민간이 데이터를 편리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비공개 데이터와 공개 제한 데이터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은 빼더라도 데이터가 쉽게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과 권한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브이월드는 어디까지 데이터 권한을 확보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명확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민간 수요에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브이월드 데이터를 어디까지 공개하느냐 국토부도 스스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브이월드와 공간정보산업 관련 정책의 개선 로드맵은 무엇인가.
◇고영진=브이월드는 직접 민간에 서비스하는 공간정보 데이터 플랫폼이 아니다. 공공 데이터를 민간이 손쉽게 이용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미래의 브이월드도 그러한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다. 민간 산업에서 다양한 공간정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는 공간정보산업 기반으로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종 사용자용 서비스는 국가공간정보를 열람하는 수준의 서비스 정도로 자제할 계획이며 민간에서 다양한 최종 사용자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국가공간정보 유통시스템과의 협력을 통해 민간에 원(原) 데이터 형태로도 공간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이월드와 유통시스템과의 통합도 검토 중이다.
◇이창훈=브이월드의 역할은 데이터와 서비스 측면으로 나뉜다. 데이터는 국가공간정보 제공 전체다. 기술적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민간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통일성을 갖출 계획이다. 유통 데이터도 서비스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표준 체계를 확립하려고 한다. 브이월드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3D 지도 데이터 등과 융합해 다양한 데이터를 담은 공간정보를 확보하고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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