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소프트웨어(SW) 산업 생태계를 흐리는 하도급 관행이 법적으로 개선됐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통과되면서 공공 SW 사업에서 50% 이상 하도급이 제한됐다.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저가 수주로 중소SW기업이 수익 악화 등으로 고통받는 일이 줄어들게 됐다.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해 개발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SW 사업 품질 저하를 막는다는 점에서 분명 개정법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50% 이상 하도급은 단순물품의 구매·설치 용역, 신기술·전문기술이 필요한 때 SW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예외사유를 인정한다. 전면 금지된 재하도급도 ‘사업의 품질이나 수행 상 능률에 중대한 장애, 과업변경 등 여건변화에 대응하는 불가피 상황에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물론 예외 조항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 확대와 산업 발전을 위해 예외 조항이 빛을 발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하도급은 ‘갑’과 ‘을’이 존재하는 구조다. 예외 조항이 많을수록 ‘을’인 중소SW기업과 개발자의 피해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예외 조항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 법적 효력을 아예 무시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예외 조항의 피해를 지적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국내 대표 SW 기업인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SW산업 현장 진단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대기업 공공 SW 사업 참여제한’의 예외 조항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기업 참여를 막아 중소SW기업에 기회를 주더라도 필요에 따라선 다시 문을 여는 형태다. 결국 중소SW기업은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셈이다.
예외 조항이 꼭 필요하다면 이 예외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SW산업진흥법에서도 하도급제도 위반 발주 기관은 시정이나 부정당 제재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개정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위반 사례를 감시·감독하는 시스템도 함께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