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 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발행한 IP노믹스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는 주요 조세회피처의 특징과 공통점을 분석해 △주목받는 조세회피처 △떠오르는 조세회피처 △숨겨진 조세회피처로 구분했다. ‘주목받는 조세회피처’에 이어 글로벌 기업의 특허 양도가 급격하게 증가 중인 ‘떠오르는 조세회피처’를 살펴본다.
◇ 특허 양도 조세회피처의 새로운 강자, 룩셈부르크
유럽 서부에 위치한 룩셈부르크가 새로운 특허 양도 조세회피처로 떠올랐다. 룩셈부르크는 지난해 총 700여개 특허가 양도돼 조세회피처 가운데 가장 많은 특허가 이동했다. 2012년 양도된 특허수(280여개)와 비교하면 1년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대표적인 특허회피처인 케이만군도(270여개)를 큰 격차로 뛰어 넘었다. 글로벌 기업 및 특허관리 전문회사(NPE)들이 새롭게 선호하는 조세회피처로 부상한 것이다
룩셈부르크에 특허를 양도한 글로벌 기업은 델파이오토모티브시스템·FCI오토모티브홀딩스·노키아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NPE인 톰슨라이선싱을 비롯해 산요전기·알카텔 등도 룩셈부르크에 특허를 양도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수가 5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1인당 GDP는 10만 달러가 넘는다. 룩셈부르크가 별다른 산업 기반 없이도 높은 GDP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에 유리한 조세 정책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특허 관련 부문이다. 룩셈부르크는 IP 관련 세율이 면제다. 반면 주변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26% 수준이다. 그 결과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의 26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룩셈부르크 현지법인에 특허를 양도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특허를 100개 이상 보유한 기업은 5개사다. BWI컴퍼니·델파이인터내셔널오퍼레이션스룩셈부르크·지온네트웍스·샘소나이트IP홀딩스·몰드마스터스룩셈부르크(공동 소유) 등이다. 이들 5개사가 룩셈부르크 전체 특허의 44.7%를 보유했다.
룩셈부르크의 특허 다보유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과 대형 특허 거래를 진행한 공통점을 보인다. BWI컴퍼니(560여개)와 델파이인터내셔널(150여개)은 모두 미국계 자동차부품기업인 델파이로부터 특허를 전량 양도받았다. 지온네트웍스는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로부터 특허를 120여개 매입했다. 샘소나이트 IP홀딩스는 샘소나이트 IP 계열사로 파악된다.
◇ 고속성장 특허 양도 조세회피처, 사모아
남태평양에 위치한 사모아로의 특허 양도가 급격하게 늘었다. 케이만군도·버진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 여타 조세회피처에 비해 양도된 특허 수는 적지만, 증가 속도는 이들을 능가한다.
사모아에 양도된 특허는 총 770여개에 달한다. 이중 80%에 육박하는 590여개 특허가 2013년에 양도됐다. 2012년 양도된 특허 100개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사모아에 양도된 특허의 99%가 최근 3년에 이전됐다.
사모아에 특허를 양도한 기업들이 주로 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계 기업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NEC(일본)·혼하이(대만)·라이트온테크놀로지(대만) 등이 사모아에 특허를 양도한 아시아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사모아에 위치한 골드참(Gold Charm)에 특허를 집중 양도했다. 실제 NEC와 혼하이는 각각 340여개, 240여개 특허를 골드참에 매각했다. 매각 시점도 2012~2013년에 집중됐다. 골드참과 아시아계 기업과의 집중적인 특허 거래는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끈다. 현재 골드참은 사모아 최대 특허 보유기업(총 670여개)이다.
사모아는 인구가 19만 명에 불과하며, 수출액도 2,700만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20여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를 사모아에 양도해 새로운 특허 양도 조세회피처로 부상중이다.
◇ 유럽 인근의 조세회피처, 지브롤터
지중해에 위치한 지브롤터는 새롭게 떠오르는 조세회피처로 손색이 없다. 2012년 이후 미국과 유럽계 기업의 특허가 총 140여개 양도됐다. 양도 특허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브롤터는 유럽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고, 특허 관련 세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글로벌 기업의 특허 양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브롤터 특허를 양도한 글로벌 기업은 드퓨(Depuy)가 대표적이다.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드퓨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50여개의 특허를 양도했다. 지브롤터에 양도된 특허 대부분이 드퓨 특허인 셈이다. 드퓨의 지브롤터로의 특허 양도는 올해 들어서도 나타나고 있다. 드퓨외에 20여개 글로벌 기업이 지브롤터에 특허를 양도했다.
드퓨가 양도한 특허는 대부분 지브롤터에 위치한 바이오메트(Biomet)가 사들였다. 바이오메트는 현재 1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한 지브롤터 최다 특허 보유기업이다. 바이오메트 본사는 미국에 위치했으나, 특허는 조세회피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브롤터에서 관리한다.
IP노믹스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는 2000년 이후 특허 유입이 급증한 조세회피처를 대상으로 △조세회피처별 특허 양도 현황 △특허를 옮긴 주요 글로벌 기업 △특허 이동에 나선 NPE 동향 △특허 이동 이후 글로벌 특허 소송 변화 등을 심층 분석했다.
※ 상세한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http://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강욱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