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삼성전자가 빅데이터 사업에 공동 진출하는 것은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빅데이터가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되면 막대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만 삼성카드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반 기술력, 전국 유통점을 결합한다면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사는 빅데이터 사업을 고객 취향에 맞는 부가서비스로 활용해왔다. 트렌드 등을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시하는 이른바 ‘오퍼 서비스’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이번 삼성카드와 삼성전자의 빅데이터 사업은 기존 금융사가 제시한 빅데이터 사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서비스를 열거해 계열사별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플랫폼화하는 작업에 먼저 착수했다는 점이다.
이미 삼성카드는 지난 4월 빅데이터 서비스 ‘링크(Link)를 선보여 회원 수 10배 증가라는 의미 있는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카드사 자체의 빅데이터 사업은 한계가 있다.
여기에 강력한 전국 네트워크망과 제품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빅데이터사업을 ‘삼성 플랫폼’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빅데이터 플랫폼이 완성되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굴비 엮듯 묶어서 제품 판매, 지불결제 사업, 심지어 삼성 브랜드 사업으로까지 고도화할 수 있다.
이두석 삼성카드 BDA실 전무는 “세계 추세는 IT를 통해 기업의 모든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해외는 IT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컨버전스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중심에 빅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핀테크를 강조하는 한국도 빅데이터 사업의 차별화 또는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유통, 패션, 카셰어링 등 다양한 이종 업체와 제휴를 추진 중”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맹점 컨설팅, 정보제공 사업 등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새해 빅데이터 사업 주요 전략은 실용, 활용, 효과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통해 전 사업분야를 자동화하고 이 정보를 통해 콜센터 배분 최적화를 이끌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CLOp 기반의 신사업에 진출해 다양한 먹거리 창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수만여 가맹점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을 자동화해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차별화한 빅데이터 사업을 위해 SNS 기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SNS 기반의 활용 가능한 정보를 통해 마켓 리서치에 십분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소액대출 등 핀테크 사업과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SNS 정보는 고객 동의가 필수지만 친구 목록이나 친구 수, 친구 직업, SNS상의 여러 정보를 패턴화해 활용하는 방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내년 3월 차세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 완료하고 30여 가지에 달하는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