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츠]우리나라 경쟁력은 지식 활용에 달렸다

[이슈&인사이츠]우리나라 경쟁력은 지식 활용에 달렸다

지식은 실행 가능한 매뉴얼이다. 지난해 가을, 창조적 아이디어로 많이 알려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관리에게 어떻게 이스라엘에서 그토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었는지 물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아이디어의 90%는 사실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이슬람 국가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스라엘은 그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공동 발간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총 142개국 중 18위를 기록했다. 2012년보다 3계단 상승한 수치다. 특허출원 등의 ‘지식창출’은 세계 4위지만 지식을 유통하고 활용하는 ‘지식확산’은 세계 19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특허 등을 사업화하는 ‘지식활용’은 조사 대상국 중 39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특허 생산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이를 활용한 사업화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평가된 셈이다.

지식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타 특허’를 많이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창의적인 생각에 전문가의 지식이 얹어져야 만이 세련되고 경쟁력 있는 기술로 진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경제타운’이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발전시킨다면 훌륭한 아이디어 탐색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 아이템에 목말라하는 중소기업 등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산실이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지식이 곧 재산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지식을 제값 주고 사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재산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측정하지 않으면 가치도 없는 것이다. 특허 등을 기업에서 쉽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가 인정하는 가치를 산정하는 신뢰할만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특허 등이 생산, 유통될 수 있는 토양도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가 기술금융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특허권을 담보로 한 대출 등이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특허가 사업화되기까지에는 적어도 5~10년 이상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시드머니(seed money), 엔젤투자 등의 모험적인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세계에는 젊은 연구자와 사업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기삼아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다. 실리콘밸리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혁신적인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로또를 사는 것보다 부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아이디어에 대한 성공가능성을 진단해 과감한 투자를 해왔던 경험이 축척된 결과물이다. 투자 없이는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다.

제조업이든 바이오든 모든 산업에서 지식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나 지식을 발현하고 이를 거래하거나 사업화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 생태계의 핵심은 민간 전문기업의 육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관련 민간업체의 역량이 특히 취약하다. 때문에 지식 활용을 위한 큐레이션 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우수한 기술과 특허를 알아보고 투자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이 배출해야 한다.

이제 지식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자르고 붙여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시대다. 여러 기술을 섞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이른바 지식제조업 시대가 도래했다. 훌륭한 아이디어 하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지식의 활용에 달려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사업화로 연결될 때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5%에 이르지만 대학졸업생이 필요한 일자리는 3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지식수준의 잠재력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무한히 창출될 수 있다. 일자리를 늘리되 기존의 것과는 다른 창조적인 역할이 필요한 일자리가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창의성을 최고의 경제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지식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에 달려 있다.

문영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분석연구소장 yhmoon@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