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좌담회]2015년 달굴 스타트업들의 무서운 도전

지난해는 스타트업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성공적으로 인수합병에 다다른 스타트업도 많았다. 대학생과 기존 전문가 창업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단순한 열풍에 그치지 않고 기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해였다.

활짝 밝아온 2015년에도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도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창업 4년차에서 길게는 8년차에 접어든 이들 스타트업 대표 네 명으로부터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도전을 이어가야 할지 들어봤다. 이들 스타트업은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의 성장형 회원사 모임인 미래위원회(회장 주영흠 잉카인터넷 대표)의 주축으로도 활동 중이다.

◆참석자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

△박나라 모코플렉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정명원 아이커넥트 대표

※사회=이진호 전자신문 부장

◇사회=창업 초기 어려움을 딛고 궤도에 진입한 스타트업 선도자들이다. 각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이슈가 된 회사들이기도 하다. 2014년을 돌아보고 새해 어떻게 사업을 펼칠 계획인지 궁금하다.

◇박나라 모코플렉스 대표=모코플렉스는 모바일 광고플랫폼 ‘애드립’을 개발·서비스하는 회사로 2011년 창업했다. 나는 광고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운영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회사를 시작했다. 사업을 하면서 플랫폼으로 키우다 보니 회사가 외형적으로 커졌다. 우리 회사의 진짜 모습보다 밖에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창업 4년차가 됐는데 짧은 기간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에 직원 8명, 매출 1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직원 30명, 매출 6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300억원 매출이 목표다. 모바일광고가 매년 수배씩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모코플렉스도 매년 수배 이상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창업 당시만 해도 회사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2013년에도 2014년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또다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셈이다. 올해는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한다.

◇정명원 아이커넥트 대표=아이커넥트는 10·20대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꾸미기 앱 ‘폰테마샵’을 서비스한다. 올해 창업 6년차를 맞았고 2013년에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에 인수됐다.

폰테마샵 외에 ‘키보드 락커’ 등 13가지 앱을 서비스하면서 누적 3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꾸미기 시장 1위를 했고 올해는 중국시장 진출이 핵심 목표다.

창업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커졌는데 꾸미기 앱 중에 활성화된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아이커넥트가 네 번째로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여서 선발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 일방적으로 만들어 뿌리는 콘텐츠는 오래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콘텐츠는 국가별 문화 차이가 크다. 올해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가별 문화가 반영된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 모바일 송금 앱 ‘토스’를 개발했다. 현재 베타서비스 중이다. 올해 창업 4년차인데 처음부터 핀테크(FinTech)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카카오톡 그룹채팅방 구성원끼리 사용할 수 있는 투표 서비스 ‘다보트(다vote)’를 개발했다. 굉장히 인기를 끌 줄 알았는데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이후 핀테크 서비스로 과감히 전환했고, 지난해 핀테크 시장을 학습하는 데 집중했다. 토스 서비스가 인정을 받아 처음으로 큰 투자도 유치했다. 국내 유일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되면서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정부 고위층도 만나 정책 제안도 하고 상의도 하는 역동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지난해 토스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때 스타트업의 핀테크 서비스를 놓고 업계 의견이 분분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더 많은 사용자가 토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해가 될 것 같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인터넷은행’으로서 은행의 다양한 기능을 서비스하는 전문 앱을 만들 것이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이 목표다. 또 10년 뒤에는 지갑을 없애고 싶다. 분명 50년 후쯤에는 지갑, 현금, 명함 등이 모두 스마트 디바이스로 대체될 것이다.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오드컨셉은 이미지·동영상 검색엔진을 만든다. 보통 텍스트를 입력해 검색하는데 오드컨셉은 영상이나 이미지를 검색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한다. 컴퓨터가 시각적인 데이터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는 시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창업은 2008년에 했지만 법인 전환은 2011년에 했다.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를 많이 저장해놓고도 제대로 찾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많아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 싶어서 창업까지 하게 됐다.

오드컨셉의 검색 속도와 정확도는 세계 수준이다. 독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수천만장에서 수억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하는 게 강점이다. 그동안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이 주력했는데 올해는 일반 사용자 대상 서비스도 시작하려 한다.

◇사회=많은 스타트업이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기에 비슷한 영역 같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매우 다른 분야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생기는 것을 보면 결국 다양성이 스타트업의 성장성과 직결되고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자산이 되는 것 같다.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려면 결국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지원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승건=무엇보다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 핀테크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핀테크 서비스가 규제 때문에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은데 실제로도 규제 영향이 크다. 여러 규제가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많다.

금융기업들의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어서 금융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핀테크는 은행에 새로운 성장성을 제공해줄 수 있다. 해외 금융권 임원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71%가 의미 있는 혁신이 모두 은행 외부에서 나왔다고 답했더라. 해외 은행들은 수천억을 핀테크기업에 투자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은행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금융산업의 중요한 한 축이 핀테크가 될 수 있는데 규제가 많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있는 창업가들도 막연히 안 되겠지 해버린다. 전격적인 규제 해체가 필요하다. 다양한 시도가 많이 일어나야 혁신을 할 수 있는데 작은 기업들이 여러 혁신을 해볼 수 있게끔 바뀌어야 할 것같다. ‘다양한’ 시도가 ‘과감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김정태=오드컨셉은 외국인 엔지니어 두 명이 해외 현지에서 일한다. 사연이 있다.

오드컨셉은 기술 분야가 독특하다 보니 한국에서 관련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만들어야 할 기술과 하지 말아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빠르게 걸러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외국인 연구원 등 다양한 해외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며 지원했는데 이들을 뒷받침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서 결국 데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두 명의 해외 엔지니어를 기술고문으로 해외에 두는 형태가 됐다. 엄밀히 정규직은 아닌 셈이다. 이런 부분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박나라=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많이 하고 있고 우리 회사도 간접적으로 지원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창업하고 한두 해 지나서 정부지원 사업에 응모한 적이 있다. 당시 9000만원 정도 지원받았는데 정작 필요한 곳에 자금을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더라. 지원자금으로 하지 말아야 할 분야가 너무도 많았다.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한 돈이 인건비인데 지원자금으로 인건비를 쓸 수 없었다. 물건을 구매하려면 일정 금액 이상은 살 수 없고 계약이 필요한 사안이면 증빙서류를 만들어야 하는 등 부수적 일이 늘었다. 몇 명 안 되는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지원사업금을 사용하기 위해 수반되는 업무량이 산더미가 됐다. 실무선에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을 해결해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정명원=회사를 설립하고 성장기에 접어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아이커넥트는 창업자들이 다 지방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인맥에 한계가 있어서 실력있는 개발자나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는데 한계가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더라. 좋은 인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체계가 있으면 좋을 것같다.

또 한 가지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다 보니 스타트업 규모에 따라 해외 진출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창업 경진대회는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주로 도전하는 편이고 창업 3~4년차는 참여가 어렵다.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인력이나 인프라를 지원받는 제도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다.

◇사회=초창기 네이버, 넥슨, 네오위즈 등 벤처기업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지금과 사업모델이 많이 달랐다. 당시에는 작은 벤처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국내외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이 됐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이승건=스타트업은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난 창업하기 전에 치과의사였다. 치과대 시절 함께 공부한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해서 좋은 집을 사고 비싼 수입차도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편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창업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사회를 돕고 싶다는 사명의식 때문인 것 같다. 기업가정신이란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그 대가로 나도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치를 만들어서 장사하는 장사꾼이지만 아무나 장사꾼이 되면 안 된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뭉친 곳이 스타트업이 돼야 한다.

사회에 필요한 게 상당히 많다. 비바리퍼블리카가 개발한 ‘다보트’ 서비스는 당시 한창 이슈가 된 ‘명박산성(광우병시위 당시 경찰이 차로 만든 차단벽)’을 보고 만들게 됐다. 사회적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보트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돈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고 그 결과로 돈이 생기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메커니즘이 작동할지 의문이다.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지 자기 정의를 먼저 제대로 해야 한다.

◇박나라=스타트업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예전에도 몇 번 사업을 했는데 대표직은 아니었다. 회사 대표를 맡고 나니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실행하는 의무와 책임이 막중한 걸 느낀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몰랐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많이 경험하고 배우는 가치가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크다. 누구에게나 창업을 권하지 않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창업은 의미있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정명원=스타트업은 ‘상생’이다. 시장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해주곤 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은 있다. 기존 플레이어와 협력하거나 상생하는 것이다. 아이커넥트가 폰테마샵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우리 회사가 선보이는 새로운 서비스가 다 잘된 것은 아니다.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거나 밀어줄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지금 투자받은 회사들이 향후 5년 안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투자자들은 투자한 10개 회사 중 2개만 성공해도 대박이라고 하더라. 기존 시장에서 협력·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정리=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