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일이 오래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보조금이 대폭 상향됐지만,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적극 권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원금이 늘어난 만큼 위약금도 증가해 자칫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향에 앞서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출시 15개월 이상 단말기 위약금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갤럭시노트3(출고가 88만원) 지원금을 30만원에서 65만원(무한대 89.9 요금제 기준)으로 상향한 데 이어 SK텔레콤도 새해 1일부터 72만5000원(전국민무한 100 요금제 기준)으로 올린다. SK텔레콤의 경우 판매점 추가 지원금 15%(10만8750원)를 더하면 총 지원금이 83만3750원으로 약 5만원에 갤럭시노트3를 구매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3는 지난해 9월 출시됐지만 성능이 최신 휴대폰 못지않아 여전히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점들은 지원금 상향이 결코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83만3750원을 받아 단말을 구매한 뒤 곧바로 분실하거나 해지하면 83만3750원의 위약금 폭탄이 소비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5만원에 사고 16배가 넘는 위약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판매점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굳이 신모델이 필요 없는 소비자에게 갤럭시노트3는 최적의 제품”이라며 “고객 수요가 꾸준하지만 ‘초기 분실 또는 해지하면 지원금을 받은 만큼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 섣불리 권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갤럭시노트2도 마찬가지다. 출시 27개월이 지난 모델로 지원금이 출고가와 같은 84만7000원(SK텔레콤 전국민무한 100 요금제 기준)이다. 갤럭시노트3보다 위약금이 더 크다는 의미다.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신사 지원금 상향보다 제조사 출고가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출시 2년이 넘은 갤럭시노트2 출고가는 여전히 갤럭시노트3와 큰 차이가 없다.
통신사 한 임원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스마트폰이라도 순수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30만~40만원가량으로 마케팅 비용을 합한다고 하더라도 50만~60만원이면 된다”며 “단말기 가격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통신사가 아무리 지원금을 늘려도 가계 통신비 인하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사 출고가 인하와 더불어 출시 15개월 이상 단말의 위약금 완화도 필요하다. 정부와 통신사는 15개월 이상 단말기 위약금 경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위약금을 낮추면 위약금을 납부하고 ‘12% 요금할인’ 혜택을 받아 번호이동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부작용 대안 마련을 고민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생긴 투명한 지원금 공시 제도가 오히려 단통법의 부작용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사 출고가 인하와 15개월 이상 단말기 위약금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3 판매가와 위약금 /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