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태양광 국책 과제 최종 실패…태양광 사업 진로 불투명

삼성SDI가 CIGS(구리인듐갈륨세레늄) 박막 태양전지 양산라인 구축에 나서지 않아 관련 국책 과제 평가에서 ‘불성실 이행’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태양광 사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삼성이 그룹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해온 태양광의 진로도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평가원은 30일 국책 R&D 과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근 CIGS 박막 태양전지 국책 과제 불성실 이행 판정을 받은 삼성SDI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에 들어갔다.

불성실 판정은 과제 수행기관 선정 당시 약정한 양산라인을 구축하지 않은 점이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의위원회는 새해 1월 중순 재심의를 거쳐 과제비 환급 규모와 향후 국책 과제 참여 제한 여부 및 기간을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넘겨 받아 결정질 태양전지 사업을 축소하고 박막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후 지난 2011년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과제에 참여해 CIGS 박막 태양전지 제조기술을 개발해 왔다. 과제 참여 3년차인 올해까지 총 300억원의 과제비가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시험 인증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대면적(1.44㎡) CIGS 박막 태양전지 효율을 15.7%로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일본 솔라프런티어가 갖고 있는 종전 세계기록을 면적과 효율 측면에서 모두 앞섰다. 당시 박막 태양전지와 결정질 태양전지의 경제성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따랐다. 삼성SDI는 또 양산 가능한 장비로 시제품 제조에 성공하면서 사업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던 200㎿ 규모 CIGS 박막 태양전지 양산라인 투자 결정을 매듭짓지 못하다 결국 최종 포기하기로 했다. 당시 그룹 미래전략실 내부에서 태양광 사업 투자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태양광 사업은 국책 과제 종료와 함께 향후 존속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최근 태양광 사업부문 인력 상당수가 전직 배치되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국책 과제 제재 수위는 향후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면서 “제재 범위가 확정되면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