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열심히 공작기계 회사를 운영해온 이 사장. 최근 회사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직원 수가 적을 때는 모두 눈에 잘 들어왔는데, 이제는 직원들 이름조차 외우기가 버겁다. 앞으로 인사평가제를 도입해 급여를 차등 지급하고, 필요한 교육도 받게 하고 싶다. 하지만 평가제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가 깨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어떤 인사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적합할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는 장단점이 있다. 절대평가는 피평가자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평가를 받는 사람이 결과를 이해하기 쉽고, 개개인별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부서별로 역량이나 성과 차이가 나더라도 개개인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단점은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기준을 낮춰 잡는 경향이 있고, 평가자가 점수를 후하게 주는 관대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직원들 간 우열을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상대평가의 장단점은 절대평가와 정반대다. 우선 평가기준을 낮춰 잡는 경향이나 평가자의 관대화 경향은 막을 수 있다. 또 직원들 간 우열을 가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수한 직원이 많이 모인 부서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직원들 간 평가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므로 무엇을 얼마나 잘하고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피드백해주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장단점을 알면 알수록 어떤 평가를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중에서 어떤 방식이 우리 회사에 더 적합한지 판단할 때 아래 세 가지 원칙을 참고해보자.
첫째, 회사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평가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라이프사이클은 매출액이나 조직규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일반적으로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 재도약기(정체기또는 쇠퇴기)로 나뉜다. 창업기에는 무엇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고, 성장기에는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는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누가 더 나은지를 평가하기보다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결실을 얻어내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즉, 절대평가가 더 적합하다.
한편 성숙기와 그 이후에는 매출액과 이익이 늘어나서 여분의 자원이 생겨나고, 회사의 기틀도 잡힌다. 즉 파이가 제법 커지고, 파이가 얼마만큼 커질지 예견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나누는 것이 중시된다. 이러한 상황에는 상대평가가 더 알맞다.
둘째, 기업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문화는 흔히 공동체적 문화와 경쟁적 문화로 나뉜다. 공동체적 문화에선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냈는지 가려내서 경쟁을 붙이기보다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모두 힘을 합쳐 그것을 달성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동체적 문화에서는 절대평가가 더 적합하다.
경쟁적 문화란 구성원 간 또는 부서 간 경쟁을 유도해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것을 중시하는 문화를 말한다. 경쟁을 유도하려면 우열을 가려야 하므로 이러한 문화에는 상대평가가 더 알맞다.
셋째, 인사평가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 평가의 초점을 보상 차별화에 둘지, 직원들의 역량 수준을 평가해 개발하는 것에 둘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목적은 구성원에게 동기를 유발해 성과를 향상하는 데 있다.
보상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상대평가가 더 적합하다. 보상과 보직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역량 양성에 초점을 맞출 때는 절대평가가 더 바람직하다. 역량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판단하기보다는 개인별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인사평가제도 도입 시 ‘회사의 라이프사이클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기업문화는 어떠한가?’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속 이 사장 회사의 라이프사이클은 성장기이고, 기업문화는 공동체적 문화가 강하며,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목적이 역량을 평가하고 키워주는 데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 사장의 회사에는 절대평가 방식이 더 적합해 보인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중 어느 방식이 우리 회사에 잘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우리 회사만의 라이프스타일, 기업문화, 평가목적을 고려해 선택하라.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