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SW가 개인, 기업, 정부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SW를 통해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SW를 ‘창조경제의 혈액’으로까지 비유하면서 SW를 산업 관점을 넘어 사회, 경제, 국가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SW중심사회를 이끌 개발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정부의 구호와 동떨어져 있다. 개발자들 사이에는 익히 알려진 공식 하나가 있다. ‘코더→프로그래머→아키텍트→연구소장→닭튀김 사장’이라는 이른바 ‘닭튀김 수렴 공식’이다. 척박한 근무환경과 비전 없는 현실에 대한 자조를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개발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국가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1월 SW 개발자 1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77명이 한국에서의 개발자 정년을 45세로 꼽았다. 또 직업 만족도는 2.45로 중간치(2.5)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임·모바일·인터넷 서비스 분야 개발자 만족도는 보통을 상회했지만 IT서비스(SI용역 개발)는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 개발자들이 꼽는 문제점으로는 낮은 개발자 처우(23%)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SW에 대한 낮은 인식(17%), SI문제(시스템통합 업계의 하도급 등 15%), 개발자 수명(14%), 삶의 질(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W 개발은 즐겁고 보람된 직업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기피 직종이다. 심지어 3D 직종으로 여겨진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장하나 의원실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2013년 IT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IT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2980시간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인 2116시간보다도 40%나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해 주당 70시간 넘게 일하는 비율이 20%나 됐다. 그러면서도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는 노동자는 10%밖에 되지 않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IT 노동자들 가운데 근무 시간·임금·복지후생·직업전망·사회적 인정 등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0%에 달했다.
처우 및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SW 중심시대에 오히려 인재들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병석 국가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SW개발자들은 역량이 우수하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 해외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SW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 개발자들의 환경개선과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SW개발자 184명 대상 설문 조사(2014년 11월) /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