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소프트웨어(SW)기업’을 만들자”
본지와 한국SW산업협회는 지난달 30일 르네상스호텔에서 상용SW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시스템통합(SI) 중심의 국내 SW산업이 상용SW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외산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상용SW의 품질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상용SW를 토대로 한 ‘영웅SW기업’을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최우혁(미래창조과학부 SW산업과장)
강재화(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
박경철(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
이혁재(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진흥단장)
조창제(상용SW활용촉진위원회 위원장, 가온아이 대표)
사회=최정훈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최정훈 전자신문 부국장)=지난 7월 SW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미래부에서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창조경제에서 상용SW가 왜 중요한지 얘기해보자.
◇최우혁(미래부 SW산업과장)=SW산업이 고용이나 부가가치 측면에서 타 산업에 비해 기여도가 높다. 동시에 점차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결국 SW산업 발전이 안 되면 국가경쟁력 확보도 어렵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동안 SI산업이 SW산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상용SW 그리고 SW전문기업들이 산업 내 역할을 확대하는 시점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일상화된 후 클라우드·사물인터넷·3D프린팅·핀테크 등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상용SW와 전문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
◇강재화(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창조경제의 핵심은 SW다. SW가 전 영역에 접목되면서 가치창출과 혁명으로 이어진다. 사물인터넷과 초연결사회로 전환하는 데 있어 상용SW의 역할 비중도 커진다. 빠르게 변하는 초연결 융합을 위해서는 기존 상용SW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SW는 정보화 초기부터 사용되면서 그동안 모든 기능을 모듈화하고 패키지화했다. 때문에 지금은 맞춤형으로 모든 기간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박경철(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세계적으로 상용SW 시장이 주문형 SW시장보다 크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주문형 분야가 선호되고 시장도 더 크다. 글로벌 시장 분위기는 상용SW와 패키지 쪽으로 가고 있다. 현재 SW시장은 기술변화 급진전으로 빠른 변신이 필요하다. 기존 주문형으로는 이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용SW의 품질도 예전 같지 않다. 양복도 기성복이 많이 좋아진 것과 마찬가지다. 조금 더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조창제(상용SW활용촉진위원회 위원장)=2013년 국회에서 상용SW 활성화 행사를 했다. 6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014년 하반기에도 같은 주제로 세 번 정도 행사를 가졌다. 가장 큰 이슈는 제값받기다. 국산 상용SW가 외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라이선스와 유지보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이를 통해서 재투자와 품질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진출의 단초도 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조달등록된 제품의 분리발주다. 조달 등록된 제품 가운데 분리발주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규정을 줄여야 한다. 이에 앞서 조달 등록된 제품은 구매자가 적정한 가격으로 제품구매가 가능하도록 예산을 확보해 줬으면 한다.
◇이혁재(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진흥단장)=동종 외산만큼의 품질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굿소프트웨어(GS)인증 등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 벤치마크테스트(BMT)를 통한 해외진출 지원도 병행한다. 미래부 KOTRA 등 많은 기관에서 상용 패키지SW 해외진출 지원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진출한 업체도 있다. 포시에스가 일본에 진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우혁=그간 미래부는 상용SW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리발주를 추진했는데 제도적으로 추진했던 것에서 시스템적 장치로 분리발주한 것이 나라장터 쇼핑몰이다. 그동안 상용SW 제품가격이 5000만원 이상만 분리발주를 했는데 새해부터는 5000만원 미만도 쇼핑몰 등록제품은 분리발주가 의무화된다. 현재 등록된 198개 중 5000만원 미만 제품은 186개로 파악된다. 분리발주 대상 확대되면 시장에 분명 파급효과 있을 것이다. 또 SI사업에 활용이 높은 GS인증제품(최근 3년)은 총 809개로, 그중 25%가 조달청 쇼핑몰에 등록됐다.
◇사회=상용SW와 관련해 업계가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곳이 조달청 나라장터다. 나라장터 운영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강재화=발주자 입장에서도 나라장터는 중요한 곳이다. 등록된 제품 수가 많은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 다양한 제품 종류와 제품에 대한 상세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기존 한컴오피스한글과 같은 행정업무용 SW가 많이 등록됐는데 이런 제품은 이미 제값을 주고 구매한다. 많은 상용SW 등록해서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면 쇼핑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신 등록 제품에 대해서는 분리발주를 의무화해야 한다. 동시에 가격 정책에서 쇼핑몰 가격과 다른 거래에서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행정업무용 외 다양한 상용SW제품 등록이 필요하며 상용SW 분리발주 의무화와 단가정책, 인센티브 등으로 쇼핑몰 등록을 유도해야 한다.
◇박경철=2014년 한해 무조건 상용SW는 조달청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그 가격에 구매할 계획도 세웠지만 막상 실제로 등록 제품이 많지 않았다는 게 구매담당자의 전언이다.
한 회사에서 10여개씩 올리기 때문에 가지 수가 많아 보인다. GS인증받은 제품을 등록하면 발주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쇼핑몰 운영에서도 수요자가 찾기 쉽도록 구성했으면 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자기가 원하는 제품 찾기가 쉽다. 나라장터에서 SW를 구매해보니 다소 불편하다.
◇조창제=우선 조달등록을 확대해야 한다. 조달청에 리스트업되면 발주자가 구매하기 쉽다. 가격이 조금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가격이 보장된다. SI에 프로젝트 과정에서 강제로 금액이 줄어드는 일도 없다. 이미 조달청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앞으로 조달등록 제품은 예전처럼 가격을 지나치게 인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현재 조달청이 쇼핑몰에 SW등록을 독려하는 데 2014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새해에 더 많이 등록되도록 제도적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앞으로 조달청에서 관련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시스템과 함께 기본적인 제품 품질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자.
◇강재화=상용SW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산 솔루션에 대한 품질제고가 필요하다. 과거 외산 제품을 도입하면 수요자의 요구수용이나 버그문제 해결이 빨리 이뤄졌다.
국산은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미흡하지만 사후 조치도 부족했다. 물론 그만한 제값을 못 주니 인력운영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품 품질을 올리기 위해 이제 업계는 물론 정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혁재=SW품질 쪽은 실제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는 하다. 정부 측에서도 품질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GS인증, SP인증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일반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 중에서도 품질에 별도로 가이드해주는 사업을 진행한다.
기업이 생각하는 품질 이해도도 좋아지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품질본부(QA)를 별도로 두고 제품 품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국내외 시장 점유율도 높다. 기업도 품질을 비용 측면으로 보지 말고 투자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품질을 바라보는 발주자와 구매자의 사회적 인식전환이다. 그래야 품질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더불어 경쟁력도 높아진다.
◇조창제=국내 SW기업도 글로벌 진출을 위해 품질개선 노력을 많이 한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알서포트, 마이다스아이티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알티베이스는 품질본부를 별도로 두고 제품에 대한 품질개선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가트너 매직쿼드런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부문에 등재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 SW기업의 품질 향상 노력으로 해외에서 품질우수성을 인정받는 때도 있다. 알서포트-원격제어, 인피니트헬스케어-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전자의무기록(EMR), 마이다스IT-건설시뮬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박경철=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품질 유지하기 위해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우리가 만드는 하드웨어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데 밑거름은 품질이다. 전사품질관리(TQC)활동 때문이라고 본다.
품질은 돈이다. SW기업 입장에서 제품에 계속해서 돈을 쓸 수 있는 것은 유지보수 요율이다. 지난해 유지보수 요율을 올리는 혁신적 변화도 이뤘지만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사용자들이 제대로 된 유지보수 관리요율을 인정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구매자가 제값주기만을 기다리지만 말고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국산 상용SW가 경쟁력을 갖고 활성화되려면 정책, 기술, 시장 등에 대한 정부나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 등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관련 아이디어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
◇이혁재=우리나라 상용SW와 관련해 여러 활동이 존재한다. 예로 GS인증에 매달 세미나를 개최한다. BMT를 통해 국산과 외산 비교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상용SW 전시를 통해 우수SW 경쟁력 향상과 홍보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다른 차원의 홍보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데이터베이스(DB)분야 기업들이 뭉쳐서 같이 활동해 효과를 보는 식이다. 일본은 테스트에 대한 콘퍼런스가 매년 열리고 여기에서 새로운 제품 기업이 등장하고 소개된다. 각 분야에 대해 결집하고 홍보하는 창구가 있었으면 한다.
◇최우혁=정부가 제도적으로 유지관리 요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도급법도 통과시켜 제값을 더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측면의 제값주기다. 제값 주는 문화를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체화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제값 주는 우수 발주기관을 뽑아 격려한다. 미래세대인 초등학생이 성장하면 SW제값 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값 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상용SW 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다.
◇박경철=그동안 산업 측면에서 항상 공공시장이 SW산업 활성화를 선도했다. 우리 SW시장에서 민간시장은 공공보다 폐쇄적이다. 그나마 공공에서 오픈해서 SW산업 이끌어간다. 특히 상용SW 부분에서는 주문형 패키지에 익숙하다. 전자정부도 들여다보면 기존 정부가 가진 프로세스를 전산화하는 노력을 한다. 정부3.0를 구체화하는 데 기존 상용 패키지SW 활용해 정보화하는 의식변화만 있다면 민간 기업도 따라올 것이다.
◇강재화=발주자협의회는 정부와 공공부분의 발주자 협의체인데 그동안 각종 제도마련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 지속하면서 상용SW를 널리 알리고 제값 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신 업계에서도 품질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덤핑판매를 자제하는 등 제값받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나 관련 협회·단체에서도 공공발주자협의회 노력에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
상용SW 경쟁력이 SW산업혁명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정부와 산업이 힘을 모아 월드베스트한 국산 상용SW를 많이 배출했으면 한다.
◇조창제=정부에서 SW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다양한 제도를 만들면서 시장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우리나라 SW가 우수하다는 인식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워드, DBMS 등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국가는 몇 개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이 여기에 포함됐다. 리포팅 툴이나 원격제어 등은 기술 측면에서도 세계 선두권이다. 이런 SW가 홍보되고 성공해서 영웅SW업체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우수인력이 몰리고 산업규모 또한 커질 것이다. 미래 SW강국이 되기 위해 영웅SW기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제값을 받고 해외 시장도 개척하면 영웅SW기업은 만들어질 것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