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발주 기준이 품질 및 기술력보다 기업의 신용도와 같은 경영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소 SW기업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신용평가 등급별 평가 점수가 SW기술력을 상쇄할 만큼 영향력이 큰 지금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평가지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신용평가가 중소기업의 공공 SW 발주사업 참여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한 SW기업 임원은 “회사 신용도에 따라 A·B·C 등급으로 매겨지는 사업 정량평가가 사업 수행기업 선정에 큰 영향을 준다”며 “대기업 규모의 시스템통합(SI)업체나 경영 상태가 양호한 일부 SW기업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점수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업 신용평가 등급별 차등 점수가 너무 커 기업의 기술력이나 SW품질 등으로 역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공공기관 사업에 입찰하려면 기업 신용평가 제도를 따라야 한다. 공공기관 입찰 적격여부를 따질 때 물품 공급·용역·공사 입찰 등 경영 상태 기준은 중요 잣대다. 때문에 SW기업은 공공기관 입찰 시 신용평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요청서(RFP)에 따라 사업을 준비하더라도 평가 단계에서 전문성 있는 SW 품질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문별 매출 추이, 인력 현황, 사업 실적 등 눈에 보이는 항목에 우선적으로 점수를 주는 관행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심사 시 SW 품질과 기술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신용도 등 정량 평가에 매달리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는 신용도가 높은 SI업체의 컨소시엄 등에 소속되지 않으면 공공 SW사업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기술이나 제품으로 승부할 수 있는 벤처 SW기업이나 사업 실적이 저조한 신생 SW기업은 공공사업에서 레퍼런스를 쌓기 힘든 구조다.
공공 SW사업 심사에 참여한 한 대학 교수는 “공공 SW사업을 정성적이나 기술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SW 전문가를 확보해 품질심사 비중을 높이고 SW기술력과 제품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심사 체계를 마련해야만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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