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인 ‘전이중 통신(Full Duplex Radio)’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화 주도와 함께 관련 기술을 앞서 상용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전이중 통신은 같은 주파수 대역과 같은 시간대에 송수신을 동시에 수행해 주파수 효율과 속도를 갑절로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주파수를 두 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채찬병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와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주관 통신콘퍼런스 글로브콤(GLOBECOM)에서 전이중 통신 기술을 시연했다고 11일 밝혔다. 2010년 이후 여러 연구기관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공개적인 국제 학회에서 실시간으로 시제품을 구현해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이중 통신은 수십 개 안테나로 속도를 증가시키는 다중안테나(Massive MIMO, 매시브 미모)와 함께 5G의 주요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신호를 보내고 받는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핵심이다. 시분할 방식인 LTE-TDD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통신 신호는 간섭을 막기 위해 상향과 하향 주파수를 별도로 사용한다. 반면에 LTE-TDD는 같은 주파수에서 시간을 쪼개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처리한다. 가령 업로드에 0.5초, 다운로드에 0.5초를 쓰는 식이다. 전이중 통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같은 주파수에서 시간을 쪼개지 않고도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이다.
기술적으로 간섭을 제거해 업로드와 다운로드에 별도로 소요되던 시간을 한꺼번에 업로드와 다운로드에 각각 사용할 수 있다. LTE-TDD를 전이중 통신과 비교해 반이중 통신(Half Duplex Radid)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이중 통신이 상용화되면 10㎒ 폭으로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파수 효율성이 두 배로 높아진다는 의미다. 수조원에 달하는 주파수 경매 비용을 감안하면 그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속도를 두 배로 높여 5G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다중안테나로 속도를 10배로 높였다면 여기에 전이중 통신 기술을 접목해 다시 속도를 20배로 높일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스탠퍼드·프린스턴·라이스대학을 비롯한 유수의 연구기관이 전이중 통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채 교수 팀은 LTE 표준규격 중 하나인 LTE 릴리스8(Rel.8)와 내셔널인스트루먼트(NI) 솔루션을 기반으로 시제품을 제작했다. 에드 티드만 퀄컴 수석 부사장을 비롯한 여러 석학들이 부스를 방문해 기술 토론을 펼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채 교수는 “지난해 7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NI의 리더 유저 프로그램에 가입해 이론적으로만 논의되던 전이중 통신을 실제 시연까지 성공하게 됐다”며 “한국이 5G를 표준화하고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2011년 3월 연세대에 부임한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IT 명품 인재 양성 사업, 미래부 IITP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프로토타이핑 연구를 시작했고 3년여의 노력 끝에 첫 결실을 얻게 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