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삼성전자 타이젠 스마트폰이 베일을 벗어 구글과의 글로벌 운용체계(OS) 경쟁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자체 OS 타이젠을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 ‘삼성 Z1’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와 스마트워치에 이어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으로 타이젠 생태계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는 Z1이 가볍고 빠른 타이젠 OS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부팅 속도와 앱 실행 속도가 빠르고 인터넷 성능도 개선돼 웹페이지를 빠르게 불러와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Z1은 손쉬운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사용하는 고객도 쉽게 재미있게 사용이 가능하다. 인도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현지 특화 콘텐츠를 구비했다. 또 Z1 사용자만을 위한 음악, 영화, 동영상, 모바일TV, 라디오 등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제공한다.
70여개 라이브TV 채널과 23만개 이상 노래를 즐길 수 있는 ‘클럽 삼성’을 비롯해 TV, 영화,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조이 박스’ 등도 선보였다. 주요 스펙으로는 4.0형 디스플레이, 1.2㎓ 듀얼코어 프로세서, 듀얼 심카드, 1500㎃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초절전모드, 긴급상황(SOS) 알림 기능, 안티 바이러스 백신을 제공한다.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전무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많은 소비자가 비디오, TV프로그램,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며 “Z1은 인도 소비자가 중시하는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신뢰할 수 있는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Z1은 화이트, 블랙, 와인레드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5700루피(약 9만9000원)이다. 국내를 비롯해 다른 국가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로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탈(脫) 안드로이드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미 카메라와 기어S 등 웨어러블 기기에 타이젠을 적용했고 다음 달에는 타이젠 스마트TV도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타이젠은 본래 모바일 OS를 목표로 개발된 플랫폼이다. 그동안 러시아와 인도 등에서 출시설이 불거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던 것도 삼성전자가 독자 OS로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타이젠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타이젠의 성능 검증이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다양한 전자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것은 더 이상 삼성전자가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앞세워 모바일 시장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며 “하지만 타이젠이 성공을 거둔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이 같은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