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일본의 추격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정부의 디스플레이 신규 연구 과제 예산이 50억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기획했던 125억원에서 60%나 줄었다. 경쟁국 업체들의 추격이 날로 거세지면서 세계 정상 자리를 확고히 할 만한 ‘무기’ 확보가 절실했던 국내 업체는 정부의 예산 축소 움직임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디스플레이 신규 과제는 총 4개, 50억원으로 공시가 이뤄졌다. 기획했던 금액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면서 과제 수도 9개에서 4개로 대폭 축소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만큼 아무리 못해도 70억원 이상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작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며 “특히 정권이 바뀌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더욱 찬밥 신세가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분야와 비슷한 산업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 2배 이상의 과제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특히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선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추진되는 디스플레이 분야 4개 연구 과제는 원천기술형과 혁신제품형 과제 각각 2개씩 추진된다. 원천기술형으로는 △광기록형 3차원 홀로그래픽 재기록 소재 및 화면 전환 기술 △미래 디스플레이를 위한 소재 및 소자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혁신제품형으로는 △100인치급 이상 교육용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기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유기소재 10kg/day급 대량 정제기술 개발이 진행된다.
예산 부족으로 없어진 기획 과제는 모두 혁신제품형이다. 혁신제품형 과제는 대부분 OLED와 플렉시블 분야 소재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후방 산업인 소재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산업, 특히 대기업 주도의 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예산 배정에 다소 인색한 편”이라며 “사실상 1등 산업을 1등으로 지키기가 어려운 만큼, 지금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정부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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