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디자인을 `입었다`

값싸고 투박한 이미지였던 중국산 생활가전이 최근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 소비자의 높아진 눈을 충족시키면서 ‘중국산’의 투박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하이얼의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법인 하이얼 아시아는 현지시간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해 신제품 및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디자인을 강조한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중국 하이얼이 일본의 옛 산요 가전부문을 인수해 2012년 설립한 법인이다.

이 회사는 냉장고에 업계 최초로 ‘커버’ 개념을 도입, 스마트폰 케이스 바꾸듯 냉장고도 백색, 은색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설계했다. 현재 미국 월트디즈니 캐릭터 커버가 출시됐고 향후 종류도 늘릴 예정이다.

하이얼 아시아가 AQUA 냉장고 제품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커버 교체형 냉장고 <사진=하이얼 아시아>
하이얼 아시아가 AQUA 냉장고 제품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커버 교체형 냉장고 <사진=하이얼 아시아>

냉장고 전면에 디스플레이를 부착한 신개념 냉장고 ‘DIGI’ 개발 계획도 소개됐다. 도어 전면이 대형 디스플레이로 구성돼 동영상 등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으며 스마트홈과 연계한 실내 보안, 영상통화 기능 사용도 가능하다. 제조사는 디스플레이 재생용 콘텐츠 판매를 통한 부가 수익도 기대한다.

이 외에도 중국은 생활가전 전반에서 디자인을 강화한 모습을 잇달아 선보였다. 창홍은 애플 아이폰, 아이팟이 연상되는 듯한 ‘컬러풀 냉장고’와 통풍구를 세로로 설계한 신형 에어컨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이센스, 하이얼, TCL 등도 기존보다 베젤 두께를 얇게 만들고 케이스를 깨끗하게 마감한 TV를 선보여 지난해보다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중국 창홍이 CES 2015에서 공개한 컬러 냉장고 라인업 / 라스베이거스(미국)=서형석기자
중국 창홍이 CES 2015에서 공개한 컬러 냉장고 라인업 / 라스베이거스(미국)=서형석기자

중국 업계가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한국, 일본 등 선진 가전 업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선진시장과 일찍 접촉한 ‘바링허우’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젊고 세련된 안목에 맞춰야하는 필요성도 대두됐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ZDC는 중국 소비자의 47.8%가 디자인을 프리미엄 제품 구입의 고려요소로 평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중국 업계의 ‘디자인’ 바람은 현지 시장에 진출한 우리 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중국 가전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중국적 디자인이 무조건 통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며 “해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 키덜트 성향을 갖고 있는 여성 층 등에 맞춰 균형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략을 조언했다.

◎ 용어설명 ‘바링허우(八零後)’

1979년 중국 덩샤오핑 국가주석이 시행한 ‘1가족 1자녀’ 산아제한 정책 이후 1980년대 태어난 세대. 오늘날 중국 소비패턴을 주도하고 세계의 큰 손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대로 떠오름.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