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계속된 실적 부진에 올해 모바일 부서에만 8억달러의 사업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업 전략상 ‘초록불’이 켜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 최근 올해 모바일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 제고 대신 수익성 확보로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고 19일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를 위해 모바일 부문에서 총 8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인텔은 지난해 총 매출액 559억달러, 순이익 117억달러를 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6%, 22% 커졌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 부진은 심화됐다. 스마트폰·태블릿PC용 프로세서와 모뎀칩 부문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 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2억200만달러로 2013년보다 85.3% 줄었고 영업적자는 42억600만달러에 달했다.
모바일 사업에서의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지난해 목표치 4000만개를 상회하는 4600만개의 태블릿PC용 AP를 출하했지만 스마트폰용 AP는 마땅한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스마트폰용 AP 시장은 퀄컴이 압도적 선도를 달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중국 현지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 스프레드트럼, 락칩과의 협업을 공고히 하고, 무선충전·데이터 전송 기능을 담은 태블릿PC용 AP ‘체리 트레일(Cherry Trail)’이 하반기 출하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대비 고성능 칩을 내놔 시장을 공략하고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텔의 사업 전략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둔데다 태블릿PC 시황 또한 녹록치 않아 인텔이 모바일 사업의 부진을 털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인텔은 그동안 태블릿PC용 AP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완성품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거의 무료로 제품을 제공해 왔다. 칩 출하량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인텔이 출시한 보급형 태블릿PC용 AP ‘소피아’는 중국에서 생산 중인 저가형 화이트박스에 주로 탑재되고 있는 형국이다.
태블릿PC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다는 점도 변수다. 보조금 정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인텔의 모바일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태블릿PC 시장 포화로 소비자들이 데스크톱·노트북PC 등으로 이동해 지난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2년 만에 반등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 커진 8370만대를 기록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