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한 인기 전자제품을 복제해 유사 제품을 만들어 파는 중국업체의 불법복제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기존에는 유명 브랜드의 스마트폰, 블루투스 헤드세트, 착즙기 등 소비자 상품이 복제의 주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주요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나 검사장비까지 카피캣(copycat, 인기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의 표적이 되고 있다. 주 소비자가 일반인인 B2C 제품군에서 이제는 주 소비자가 기업인 B2B 제품군까지 확대된 셈이다. 관련기사 3면
중국산 카피캣으로 피해를 본 우리나라 기업도 기존 대기업에서 최근에는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칩 제조사인 동운아나텍과 검사장비 제조사인 팸텍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중국업체가 제조한 카피캣 제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칩 제조사는 동운아나텍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오토포커스(AF) 구동칩의 기능은 물론이고 고유 모델명인 ‘DW9714’까지 베껴 ‘DW97145’라는 모델명으로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동운아나텍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면서 현지에서 높은 성능과 기술지원 서비스로 자리잡은 중소기업이다.
휴대폰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기업 팸텍도 자사 제품과 유사한 장비를 최근 중국 ‘옵티컬 렌즈&카메라 모듈 엑스포’ 전시회에서 맞닥뜨렸다.
김재웅 팸텍 대표는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제조사마다 고유의 제품 디자인과 기술 특징이 있는데 얼핏 봐도 중국업체가 전시한 그 장비는 팸텍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장비였다”며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수요가 급증하면서 검사장비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핵심 장비 국산화’를 강조하며 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딱히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LG전자가 목걸이 형태의 블루투스 헤드세트 ‘LG톤플러스’를 그대로 본떠 만든 중국산 카피캣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공안과 공조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당시 LG전자는 별도의 대응팀을 만들어 중국 공안과 함께 중국 선전시 전자매장을 단속, 모조품 유통업체 대표를 붙잡아 현지 사법기관에 넘긴 바 있다.
그보다 앞선 6월에는 원액기로 국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휴롬이 이른바 중국산 ‘짝퉁’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추진하기도 했다. 모 중국업체는 휴롬의 원액기 모조품을 대량으로 제조한 후 자체 제작한 휴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해 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브랜드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자 마치 휴롬이 중국에 수출한 것처럼 위조한 사례다
문제는 카피캣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업체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제재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중국 시장은 향후 엄청난 성장이 기대되는 중요한 시장이라 지식재산권 보호 차원의 소송을 현지에서 벌여야 하지만 시간·비용 등을 생각하면 승산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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