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스포츠 업계를 중심으로 무르익고 있다. 반면에 FIFA 후원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신과 FIFA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를 끝으로 FIFA 후원을 마친 소니를 대신해 FIFA와 공식 후원 지위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삼성전자는 소니를 이어 FIFA의 최고 수준 후원사인 ‘FIFA 파트너’로 활동할 전망이다.
‘삼성 FIFA 파트너’는 잇따른 후원사 이탈로 위기에 빠진 FIFA가 꺼내든 카드다. FIFA는 지난해 계속된 부패 스캔들과 후원사들의 연이은 계약 중단으로 위기를 맞았다. 소니, 에미레이트항공이 FIFA 파트너에서, ‘월드컵 스폰서’에서 존슨앤드존슨, 캐스트롤, 컨티넨탈이 빠지며 FIFA가 잃은 수입만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티에리 웨일 FIFA 마케팅 이사가 “후원 종료는 월드컵 상업화에 있어 흔한 일”이라며 계약 종료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한 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댈 수 있는 기업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의 후원 참여는 FIFA에 단비다.
삼성전자가 FIFA 파트너 자리를 꿰차면 우리나라는 현대·기아차에 이어 두 개의 FIFA 최고 후원사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1999년부터 FIFA 파트너의 자동차 부문 기업으로 활동 중으로 업계에서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후원비가 지출, 지금까지 1조5000억원가량이 쓰인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2005년과 달리 삼성전자의 FIFA 후원이 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소니에 맞서 FIFA 후원 경쟁을 벌였던 10년 전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위상이 스포츠 후원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유럽시장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첼시 후원이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파트너’ 후원처럼 비인기·아마추어 종목 지원이라는 당위성이 월드컵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삼성의 ‘월드컵 거액 지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계열사별 경영 여건에 따라 국내 스포츠단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에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FIFA에 거액을 지출하는 데 따른 여론도 부담이다.
스포츠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소니의 FIFA 이탈 이후 삼성전자가 차기 FIFA 파트너로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며 “하지만 급한 쪽은 삼성이 아닌 오히려 FIFA”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