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 특히 초미세 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나노일렉트로닉스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분야 혁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여권과 출입국관리, 웨어러블 기기, 건물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타깃으로 나노 기술의 제품화 활용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도모지 가와이(知二川合) 일본 나노테크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일본 나노 기술 산업계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도모지 교수는 바이오 나노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2000년 초반부터 일본 나노 산업 육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14년 전 나노 전시회를 처음 개최했을 때는 종이판에 그림을 붙여 기술과 이론을 선보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 기초 소재부터 나노기술 적용이 완료된 완제품까지 전시될 정도로 큰 발전이 이뤄졌다”며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 제품화가 부각되는 추세”라고 이번 14회 나노테크에 대해 총평했다.
일본이 나노 기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극도의 정밀성을 추구하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꼽았다.
2000년 일본 정부는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며 나노를 중점 분야로 선정해 집중 지원했다. 매년 800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 올해는 그 규모를 1000억엔으로 늘렸다. ‘나노’라는 이름이 붙은 투자만을 집계한 것으로 나노 기술이 적용돼 분야 전반에 걸쳐 이보다 훨씬 더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년부터 나소 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3년간 나노산업계의 주요 경향으로 떠오른 제품화·상용화가 결실을 보기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연비향상과 환경규제 등 해결과제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계에서도 지난해부터 나노 기술을 적용한 복합소재 적용이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며 “일본 도요타와 닛산 등 여러 업체들이 그동안 일부 부품에 시험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넘어 나노기술과 융합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나노 기술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나노일렉트로닉스와 재료, 배터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학술과 논문 분야 발전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오사카 대학 교수를 맡고 있는 토모지 교수는 지난 2010년 건국대학교에 초빙 교수로 있으며 박배호 교수와 함께 차세대 고집적 코발트 나노와이어 Re램 메모리 등을 개발했다.
그는 “한국의 리튬배터리 기술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여기에 나노 기술이 접목되면 금세 일본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역시 한국의 거센 추격을 인식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