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 간 주문형비디오(VoD) 가격 인상안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유례없는 ‘VoD 블랙아웃(송출중단)’ 우려가 제기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시한 최고 50% 인상안에 유료방송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상파 방송사가 VoD 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 실무진은 최근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에 모여 지상파 방송사의 VoD 인상안에 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부터 차례로 IPTV와 케이블TV에 공문을 보내 고화질(HD) 콘텐츠는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표준해상도(SD) 콘텐츠는 700원에서 1000원으로 각각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IPTV 3사 실무진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방적으로 산정한 가격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종전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 한 곳이 최근 (유료방송 업계가) 가격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예약주문형비디오(SVoD) 콘텐츠 공급을 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IPTV 3사와 홈초이스(케이블TV VoD 유통업체)가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는 VoD 가격이 지상파 요구에 따라 인상되면 시청가구 감소는 물론이고 시청자 불만이 모두 플랫폼 사업자에 쏠려 매출 규모와 고객 충성도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가) 최초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어 가격 조정을 주장하는 4사(IPTV 3사와 홈초이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는 급증한 제작 비용을 (인상안) 근거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 대책을 세우기보다 유료방송과 시청자 부담을 늘리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학계는 이번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 VoD 가격 분쟁이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방송 사업자 가운데 특히 국민 재산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무료”라며 “일반 시청자들이 수신료,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VoD까지 3중으로 시청료를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방적 가격 상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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