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게에서는 기기변경 안 됩니다.”
기기변경을 원하는 손님을 바라보는 이동통신 대리점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마디로 돈 안 되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신규가입·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는 유통점에 기기변경보다 최고 7배에 이르는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노골적인 차별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유통점이 기기변경 고객을 꺼리고, 기기변경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기기변경 장려금이 지나치게 적어 일부 유통점은 기기변경 시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8일 이동통신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은 신규·번호이동인지 기기변경인지에 따라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6일 한 경기도 판매점에서 확보한 이동통신사 판매장려금 정책을 보면 삼성 갤럭시노트3 기준 판매장려금은 신규·번호이동 22만원, 기기변경 7만원이다. 그나마도 고객이 기기변경 7만원 혜택을 받으려면 월 6만9000원 이상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한다. 69요금제 미만일 때는 기기변경 장려금이 3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이 판매점 관계자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기변경 가입자를 받으면 판매점은 사실상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판매점들은 기기변경 대신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환수정책’을 펴는 이동통신사도 있다. 기기변경 고객이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면 오히려 유통점에서 이동통신사에 환수금(페널티)을 무는 것이다. 판매장려금과 환수금을 상계하고 남은 금액을 유통점이 이동통신사에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기기변경을 하려면 고객이 페이백을 받기는커녕 유통점에 수만원을 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이 같은 판매장려금 정책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이통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단말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기기변경을 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유통현장에선 기기변경 단말기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기기변경 비중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전 26%에 불과했지만 시행 3개월 만에 40%를 넘어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규·번호이동과 기기변경을 차별하는 이동통신사 판매장려금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말부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장려금에 개입하는 게 ‘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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