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소위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는 쉽지 않다. ‘죽음의 계곡’은 초기 벤처기업이 원천기술은 개발했으나 자금난 등으로 사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마는 것을 의미한다. 이의 타개책으로 나노분야에선 정부의 나노융합상용화플랫폼 사업이 미래 창조경제 신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이 사업의 지원결과를 2회에 걸쳐 정리한다.
메이플세미컨덕터(구 파워솔루션·대표 김권제)는 나노융합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공정기술과 장비를 기반으로 생산 및 전력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지원받아 에너지 절감형 전력반도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덕분에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지난 2011년 수출액이 100만달러, 지난 2013년에는 5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성안기계는 전북나노기술집적센터의 지원을 받아 다기능 연성 광 전자소자 제작을 위한 R2R 슬롯 다이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큐시스는 광주나노기술집적센터 지원으로 나노전극을 적용한 고성능 저가 폴리머 분산액정 조광체를 개발했고, 맥스필름은 나노융합실용화센터의 지원으로 10인치 이상 터치패널용 전도성 나노박막 필름상용화 기술을 개발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나노융합상용화 플랫폼 활용사업’이 나노관련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했다.
이미 구축된 나노인프라 시설을 활용해 관련 업체의 나노융합기술 상용화 공정·플랫폼 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나노융합기술원과 전북나노기술집적센터, 광주나노기술집적센터, 나노융합실용화센터 등 모두 4개 기관이 수행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나노관련 지역 중소기업 32곳을 지원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 378억원, 고용창출 323명, 특허 출원 45건 및 등록 10건, 논문 및 학회발표가 각각 국내 31건·해외 21건 등을 기록했다.
이들 기관들은 향후 5년간 1594억원의 매출과 355명의 고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까지 관련 기업에 총 6022건의 플랫폼 기술(범용 기반기술)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5년간 7120건의 추가 지원을 예상했다.
사실상 나노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제품을 획기적으로 대체하는 성격이 강해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분야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해 아까운 기술을 사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산업부와 나노인프라 기관들은 이 같이 상용화 일보 직전에 있으면서도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주목했다. IT, NT, BT의 융·복합 기술 산업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자체 연구나 정부지원에 의해 원천기술은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을 발굴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노융합기술원은 차세대 나노융합 소재부품 분야, 전북나노기술집적센터는 그린 나노소재 친환경 인쇄전자 부품 분야, 광주나노기술집적센터는 나노공정 광에너지 소재부품 분야, 나노융합실용화센터는 나노분말 및 박막 응용기술 플랫폼 분야 관련 기업을 각각 지원했다.
기업의 시제품 제작 등 제품 개발 및 제조 지원을 통해 기업 경쟁력 향상, 매출 증대 및 고용을 창출했다.
실제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이 사업 지원을 받아 전력반도체를 기존 6인치(지름 150㎜)에서 8인치(지름 200㎜) 웨이퍼로 전환했다. 제품의 생산효율은 40% 이상 향상했다. 원가도 40%가량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세 명이던 직원이 창업 4년 만에 70명으로 늘었고, 향후 3년간 관련 제품 매출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억원 이상, 고용은 20여명 정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권제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는 “와플 격자 하나를 반도체 칩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손바닥 만한 와플에서 얼굴 만하게 빵판 크기를 키워 격자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인 것”이라며 “웨이퍼 한 장당 전력반도체 칩 생산량 증가로 인한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력반도체 개발과정에서 나노인프라의 우수인력, 시설·장비를 적극 활용했다”며 “기술자문, 연구장비활용, 시제품 제작 및 시험생산 등을 지원받아 에너지 절감형 전력반도체 상용화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인터뷰/박찬경 국가나노인프라협의체 회장
“우수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R&D관련 기술지도 및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합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국가나노인프라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박찬경 회장은 “나노융합 기술은 제조 산업의 기반기술로서 국가 경제 성장 및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나노인프라를 활용해 관련 산업 또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나노인프라가 지역 중소기업의 육성과 고용창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도 드러냈다.
나노인프라가 첨단 시설·장비, 우수전문인력 등을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에서 산업화까지’ 최적의 기업 지원시스템을 갖춰 지역 기업지원 허브역할에 최적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기업의 첨단제품 사이클은 보통 2~3년”이라며 “우수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적기에 상용화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야 해당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기업도 영속성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노인프라는 항상 시간과의 싸움에 ?기는 기업의 요구에 맞게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철야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항상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박 회장은 “나노인프라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 부담 없이 지역경제 활성화 및 기업 매출증대, 고용창출 등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융합기술 상용화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