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핀테크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 수혜 대상이 은행에 한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증권사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은행법(금산분리·금융실명제), 방문판매법, 자본시장법 등 규제의 족쇄가 증권사의 핀테크 서비스 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불만은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정부의 정책이나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TF)가 은행권을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미 금융권 기득권층인 은행이 제 살 깎기나 다름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혁신적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경쟁해야 할 서비스 설립을 은행에 맡기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금융위 TF에도 은행이 주 계열사인 금융지주 연구소가 참여하는데 자본시장은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아 마치 ‘녹색금융’ 같은 유행에 그칠까 우려스럽다”며 “다양한 업종을 경쟁시켜 접근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TF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정기가 아닌 수시 멤버로 들어가 있는 것은 필요할 때만 부르겠다는 의미 같아 소외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국·일본·유럽·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 자동차 제조업체 등 산업자본, 보험사, 인터넷기업이 설립해 활성화됐다. 미국 ‘찰스 슈왑’, 일본 소니가 세운 ‘소니뱅크’, 중국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세운 ‘위뱅크’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규제의 턱에 걸린 비은행 금융사들의 규제 완화 요구가 더 시급한 배경이다.
금산분리 완화 요구도 거세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은행들만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온라인 계좌개설 현행 법령도 증권의 핀테크 서비스 개시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가장 불리한 점은 금융실명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온라인 기반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돼도 은행에 주는 수수료만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이버계좌 소비자가 다수인 증권계좌는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금액이 한 연동 계좌 수수료의 평균 30~50%까지 이른다는 것이 증권업계 성토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온라인 마케팅 등에 투자하는 증권사들이 열심히 영업을 해도 은행들이 실명확인을 해주고 계좌를 터주는 대가로 수십 %씩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라며 “비대면 실명확인이 안 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같은 이슈가 적용될 것이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하게 될지도 중요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터넷뱅킹이 발달한 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업무 대신 투자와 대출, 자금이체, 자산관리까지 포함되는 복합적 신개념 서비스로 나와야 기존 은행과 경쟁이 가능하다”며 “그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은 금융투자업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표. 해외 증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 진출 사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