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이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월드컵 등 3대 스포츠 대회가 열렸고 4K 초고화질(UHD) TV 시장이 개화하는 등 호재가 많았다는 측면에서 충격을 던져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시장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 이상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는 월드컵 등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기대가 컸지만 전년 대비 1~2% 시장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에서도 지난해 국내 영상·음향 시장 규모는 전년도와 비교해 4.2% 줄어든 2조5300억원에 그쳤다. 오디오를 포함한 시장으로 사실상 TV가 절대적 규모를 차지한다. 지난해 1, 2분기만 해도 6600억원 안팎 규모로 다소 살아나는 모습이었지만 3분기 6270억원, 4분기 5860억원 등 계속 줄었다. 2012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올해도 시장 회복 여부가 확실치 않다. 월드컵 특수가 끝난데다 4K UHD TV 특수 재현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대형TV업체 고위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나봐야 알겠지만 올해 들어서도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파구로 예상됐던 EBS 2TV 신규 지상파 채널 등장도 시장 확대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중소 TV제조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에서 수익원을 찾고 있지만 내수를 발판으로 해외로 나가려는 중소 업체는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CD TV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년 대비 1.8%와 1.2% 증가한 22.8%와 14.9%를 기록했다. 반면에 중소 TV제조사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다가 TV가격까지 하락하고 있어 설상가상 상태다.
중소 TV제조사 사장은 “UHD 방송 일정이 오락가락하면서 TV가 안 팔리고 이는 UHD TV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며 “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니 더 이상 기술개발을 하기 힘든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UHD TV 가격(55인치 대기업 제품 기준)은 2013년 6월 600만~700만원대에 출시됐지만 최근에는 3분의 1 수준인 200만원 안팎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중소 TV제조사 수는 30곳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5곳 정도로 줄었다. 현재 법정관리 후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가 있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TV 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전으로 호조를 보이는 ‘착시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재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전자산업정책실장은 “대기업이 흔들리면 한국 TV 산업은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허리가 취약하다”며 “계속 축소되는 중소 TV제조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마케팅, 상품기획 등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