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편 이후 민원 불만이 폭주하는 국세청 ‘홈택스’가 이번에는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많은 개인정보와 기업들에 가장 민감한 자금 관련 자료를 보유한 국세청이 정보보호에 소홀한 정황이 드러났다.
A기업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담당자는 기존 e세로 서비스가 홈택스로 개편된 23일 여러 번 접속을 시도했지만 장애로 업무를 보지 못했다. 상담전화 126은 폭주로 연결이 되지 않았고 게시판에 오류 현황이 담긴 PC 캡처 화면을 올리고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24일 관련 민원인은 ‘오늘 조치 예정입니다’란 짧은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질문에 첨부했던 오류 화면 파일이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운전면허증과 이동통신사 이용계약 등록사항 증명서, 카드 영수증이 첨부돼 있었다. 국세청이 민원인에게 또 다른 민원인의 주민등록번호부터, 자동차운전면허증번호, 이동전화번호, 이름 등 중요 개인정보를 유출한 셈이다.
답변을 받은 A민원인은 “수많은 개인정보와 그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돈에 관련된 자료를 보유해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홈택스 사이트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통합한 홈택스 서비스는 과거 e세로 때보다 처리 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이고 방법도 훨씬 번거롭다”며 “게임 등 민간 서비스도 충분한 검증작업을 거쳐 오픈하는데 기업 업무와 관계된 국가 서비스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기업 외에 또 다른 피해자도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 유사한 사례를 올렸다. 단순히 인터넷 민원에 답변을 올리는 직원 실수가 아닌 시스템적 오류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사항은 확인 중이며 일부 장애는 거의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윈도XP를 이용하는 사용자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를 알리는 게시문을 띄웠다”며 “접속 장애는 거의 해소됐으며 개편 초기라 안정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뉴스의 눈
국세청이 새로 개편한 홈택스 사이트에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단순히 이름이나 주민번호, 휴대폰 정보만이 아니라 현금 거래 내역, 주택 월세내역, 임대차계약서까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일부 사용자에 국한됐지만 유출된 정보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의 중요 경제 활동정보를 모두 다루는 국세청의 정보보호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치 않으면 추가 유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특히 국세청은 아직 어떤 시스템 오류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민원인들이 게시판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을 경고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주요 국가기관인 국세청이 정보보호에 느슨한 태도로 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쇄도한다.
한 기업 대표는 “새 시스템으로 통합하더라도 기존 e세로 등을 유지하면서 민원인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며 “국세청은 장애와 관련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개인정보까지 유출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