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엔젤투자자나 초기기업 투자자가 흔히 하는 말이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없다는 것이다. 경진대회를 가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그들이 내놓는 창업 아이템도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창업자금 지원을 받아 한 번쯤 경험삼아 창업하거나 이를 대기업 취업을 위한 일종의 ‘스펙’으로 삼는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화려하다. 창조경제의 진원지로 스타트업을 지목하면서 선발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1000만~2000만원을 지원한다. 심지어 스타트업의 광고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도 생겼다. 이를 두고 한 투자자는 “각종 경진대회에 참가해 몇 천만원대의 창업 지원 자금을 상대적으로 쉽게 받으니 직접 소비자로부터 100원 매출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직접 창업 자금으로 대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성공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향한 자금 지원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것은 민간 투자자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스타트업 사업 아이템을 베낀다고 논란이 됐던 것처럼 투자 영역에서도 민간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의 영역까지 대신하려 드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도로를 만드는 것이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자동차가 잘 달릴 수 있도록 안전한 도로와 규칙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특히 도전하고 실패하는 일이 대다수인 스타트업 영역에서 그들의 창업 실패가 인생의 ‘낙인’이 되지 않도록 규제를 개선하거나 회생, 구제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각종 금융규제 등 정작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법안은 해결되지 않으면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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