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첫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 워치’의 디스플레이는 모두 ‘한국산’ 제품이 채택된다. 4월 출시되는 애플 워치의 디스플레이 전량을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한다. 곧 이어 선보일 예정인 후속작부터 삼성디스플레이도 공급 대열에 합류한다. 시중에선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애플 워치 신규 공급선을 모두 휩쓸었다. 물량 확보를 놓고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간 한판 승부도 불가피해졌다.
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 워치 후속작부터 디스플레이 공급 체계를 이원화한다. 다음달 출시되는 애플 워치에 디자인을 다변화하고 일부 기능을 개선할 것으로 알려진 후속작은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당초 애플이 애플 워치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업체로 LG디스플레이만 선정하면서 공급업체 이원화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듀얼 벤더 공급을 통한 가격 인하는 모든 세트업체의 전략이기 때문에 애플 역시 계속해서 고민해 왔던 사안”이라며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속적인 구애로 후속작부터는 이들에게도 공급권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플렉시블 OLED 패널 관련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양사 모두 지난해 애플 워치향 디스플레이 물량을 일부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렉시블 OLED는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플라스틱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구부려지는 곡면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 강도도 유리 기반 디스플레이에 비해 높다. 게다가 사파이어 커버 글라스까지 채택해 긁힘이나 충격 등에 강하다.
업계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애플 워치 출하량을 150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이후로는 최대 40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워치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및 수익 개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인치대 초소형 디스플레이긴 하지만 4~5인치대 LCD 디스플레이와 가격이 엇비슷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애플 워치에 탑재될 플라스틱 OLED 디스플레이의 생산 비용을 27달러 이상으로 추산했다.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생산 수율을 60% 수준으로 추정했을 때 기준이다. 이는 플라스틱 OLED 모듈, 터치 패널 인터페이스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애플과 신제품 거래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양사 모두 “고객과의 거래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애플 워치 출시를 계기로 플렉시블 OLED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2013년 3700만달러였던 플렉시블 OLED 시장 규모가 연평균 151% 성장해 오는 2020년 23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