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이 첨단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대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점포가 사라지는 모바일 뱅킹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디지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신설된 이후 개인 고객을 위한 미래형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신개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새 서비스는 은행 점포 직원이 착용한 구글글라스로 구현된다. 단말기의 카메라와 검색 기능을 이용해 고객이 점포에 입장하는 순간 얼굴을 스캔해 인식한다. 계좌 정보 등 필요한 내용을 미리 준비한다. 고객이 이름을 적는 등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객 역시 자신의 구글글라스를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계좌 송금 등이 가능하다. 집 안에서 은행 점포에 있는 것과 같이 상담 받을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가상현실 공간에 은행 점포를 재현한다.
회사는 이미 일부 기술 개발을 마쳤다. 안면 인식과 같은 개인정보 문제 등을 해결하고 보급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베쉬 탄가라자 웰스파고 제품 개발 담당은 “기발한 아이디어도 먼저 시도해보는 자세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표를 촬영하고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개인이 발행한 수표 사용이 많은 미국에서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점포에 갈 필요 없이 자신이 가진 수표를 바로 모바일로 입금 가능하다.
사용이 늘고 있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다. 신생 벤처 업체들은 모바일 뱅킹 기술을 개발해 북미지역 은행과 제휴 맺고 있다. 미국 모벤은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을 지방 은행에 공급한다.
브렛 킹 모벤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고객이 점포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등 보수적인 은행에 극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미국 모바일 뱅킹 사용 비율은 지난 2013년 스마트폰 사용자의 33%에 달했다.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잘 갖춰진 은행으로 거래를 옮긴 경우도 사용자의 60%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