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예정대로 국립대 자원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키로 하자 소프트웨어(SW)업계가 발끈했다. 민간 SW 시장을 죽인다고 줄기차게 반대했는데 묵살됐기 때문이다. 공공 SW 민간 시장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SW 중심사회’ 슬로건도 뿌리째 의심을 받게 됐다.
교육부가 447억원을 들여 개발해 39개 국립대학에 무상 공급할 적용할 국립대 자원관리시스템은 재정·회계, 인사·급여, 산학·연구 분야를 망라한다.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같은 개념이다. 이런 SW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되레 이런 것이 아직도 설치, 운영되지 않는다니 의아할 정도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단독이든, 공동이든 국립대가 알아서 도입할 SW를 정부가 직접 개발해 보급하는 게 문제다. 국립대에 필요한 예산을 주는 것을 넘어 과도한 정부 개입이다.
민간 시장까지 파괴하니 더 큰 문제다. 이런 시스템 구축에 50억~1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정부 개입으로 3000억원 시장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정부 발주 프로젝트도 워낙 저가여서 낙찰 SW기업이 남는 것도 없다. 두 차례 입찰 유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가 일괄 보급해 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도를 넘었다.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법한 처사다. 교육부가 애초 취지를 살리겠다면 시스템 통합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표준과 규격을 제시하고, 적정한 예산을 책정해 대학에 보내주면 그뿐이다. 예산이 도입비용에 못 미치면 단계 구축하면 된다. 이러한 노력을 회피한 채 발주를 밀어붙이니 실적 쌓기로만 비친다.
무엇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한 예산으로 구축할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일괄 보급한 시스템이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때가 많다. 이게 진짜 예산 낭비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문제다. 소관부처가 아니라 해도 SW 중심사회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교육부를 견제했어야 옳았다. 정부부터 바뀌지 않는데 SW중심사회가 어떻게 올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