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와 독립운동

[기자수첩]SW와 독립운동

며칠 전 대덕SW마이스터고가 문을 열었다. 국내 첫 소프트웨어(SW) 분야 마이스터고다.

미래부와 교육부 차관이 참석하는 등 여느 마이스터고 개교보다 관심을 더 모았다. 경쟁률도 치열했다. 80명 모집에 364명이 몰렸다. 모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 동량들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전략보고회를 열고 SW 중심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후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W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 있다. 자동차가 ‘달리는 SW’라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기에 나온 말이다. SW가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SW 강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SW 기업도 없다. SW가 독립운동 같다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SW 강국이 되기 위해선 독립운동하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는 SW에 적합하지 않다. SW는 절차와 과정,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문화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한다. SW 개발에 중요한 도큐먼트(서류화)를 소홀히 하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SW에 제값을 쳐주는 것도 아니다. 나아지고 있지만 카피가 여전하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틈 만나면 가격을 깎으려 한다.

창의성은 어떤가. 우리 교육은 창의와 거리가 멀다. 이런 걸 생각하면 SW 강국과 글로벌 SW 기업 탄생은 언감생심이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다시 독립운동을 생각해본다. 생존에 급급한 범부들은 독립이 불가능하다며 아예 운동할 생각을 안했다. 선각자들은 달랐다.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독립은 꼭 해야만 하는 당위성 문제였다. 결국 우리는 35년-일제 강점기는 36년이 아니다.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니 정확히 34년 11개월 14일-이라는 긴 세월을 치열히 싸운 끝에 독립을 이뤄냈다.

정부에 묻고 싶다. SW 중심사회와 SW 강국은 가능성 문제인가 당위성 문제인가. 우리나라가 SW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0년이고 20년이고 30년이고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