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1%) 시대, 수출기업 환율리스크 부담…내수진작은 기대

경제지표 부진과 주요국 통화전쟁이 촉발되면서 사상 첫 1% 초저금리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초저금리 여파로 국내 기업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금리 인하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수출과 투자, 인력 창출 등 기업 경영 여건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물가 회복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수출형 기업에는 본격적인 환율 전쟁을 의미한다. 국가별, 생산 물가별로 환율에 대비해야 하는 리스크 관리가 절실해졌다.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오는 4월을 기점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주요 경제지표에 적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모두 부진했다. 전체 산업은 2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1.7%)을 기록했다.

지난 1월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기계장비 등 부진으로 계절요인을 조정한 전월 대비 3.7%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감소하며 전월 대비 7.1%나 급감했다. 전자와 기계장비 생산이 줄어든 것도 설비투자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가계부채 증가로 금리인하가 부담스럽지만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디스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을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최근 4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물가 관련 경제지표가 매우 낮게 나오고 있어 디플레이션이 확실시된다”며 “한은이 인하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전쟁’ 또는 ‘환율전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상대국의 희생을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이 통화 완화 대열에 동참한 나라들 못지않게 어둡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나빠지자 잠잠했던 추가 금리 인하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미국이 이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있고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 가계 소비 여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기업들은 곳간에 돈을 쌓아 놓고 금리 인하에 따른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등 금리 인하 이외의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은은 현재 15조원 한도로 운용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까지 겹치면서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1089조원으로 전 분기(1059조원) 대비 30조원 급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유로화의 동반 약세에 이어 신흥국 통화까지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어 환율·통화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