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보안 단말기 개발 선수금 논란

2년전 여신금융협회가 가맹점 판매관리시점(POS) 단말기 보안을 강화한다며 하드웨어 기반 정보 유출 차단시스템 보급 사업 명목으로 입찰사에 20억원을 선지급한 자금이 사용처 불분명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으로 정책을 변경하면서 이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까지 선지급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퍼주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가맹점 POS 보안 강화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급사업자로 ‘큐텍’을 선정했다. 당시 POS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카드사가 약 60억원의 자금을 충당했고 이 중 20억원이 큐텍이란 기업에 선입금으로 주어졌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시작도 하기전에 중단됐다. 중단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사업은 큐텍이 보안을 대폭 강화한 POS단말기를 전국 가맹점에 보급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큐텍이 제안한 POS 보안 방식은 ‘부분 암호화’를 적용해 POS기기에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밴(VAN)사를 통해 제기됐다.

밴 업계는 큐텍이 제안한 POS 보안 시스템이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보안연구원에 보안성 심의를 통과하면 보급사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보안성심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금융당국이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이 사업은 자초됐다.

큐텍의 POS 보안 단말기는 마그네틱(MS)전용 단말기다.

이와 관련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단말기 보급사업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IC전환정책에 따른 추가 보안사항 개발(EMV 인증 등)이 진행 중에 있어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기술기준 인증 후 가맹점을 확정해 설치할 계획”이라며 “큐테크가 개발 중인 보안방식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밴 업계는 이 같은 여신협회 입장이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밴협회 관계자는 “이미 1000억원 기금을 조성해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이 조만간 추진되는데 하드웨어 기반 POS 보안 단말기 보급사업을 이중으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당시 큐텍과 입찰 계약도 복수 입찰이 아닌 협회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카드업계도 협회 측의 이 같은 행태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착수금으로 20억원을 먼저 준다는 것이 통상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업 자체가 실행되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선수금을 회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오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시행될 영세가맹점 대상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에 큐텍을 참여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POS 보안 표준 제정 당시 협회가 전체 암호화 방식을 끝까지 반대하며 구간 암호화를 제안한 것도 큐텍이 제안한 보안방식을 채택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견이다.

큐텍에 지급된 선수금 20억원이 증여세 대상여부인지도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시 카드사가 기금 형태로 모은 자금을 여신협회가 대표로 지급한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금을 선지급하고 2년이 흐른 지금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협회의 건전성을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