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행성 ‘세레스(Ceres)’가 인류에게 감춰왔던 태양계의 비밀을 공개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은 달과 행성, 소행성과 혜성 탐험으로 이어졌고 이제 원시 태양계의 비밀을 간직한 왜소행성까지 탐험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무인 소행성 탐사선 ‘돈(Dawn)’호가 지난 6일 세레스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돈은 7년 5개월간 약 49억㎞를 항해해 세레스 궤도에 들어갔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왜소행성이다. 돈이 세레스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인류는 처음으로 왜소행성에 다가가게 됐고 인류가 몰랐던 태양계 생성 초기의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7년간 항해해 세레스로
돈은 지난 2007년 9월 27일 우주로 발사됐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가장 질량이 큰 원시행성 베스타와 왜행성 세레스를 탐사함으로써 태양계의 초기 형성과정과 조건 등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다.
돈은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14개월간 베스타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레스 탐사 임무를 수행 중이다. 세레스에 가까워진 지난해 12월부터는 고해상도 사진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돈이 보내온 사진 중에는 지각이 균열된 ‘크레이터’에서 밝은 점이 포착된 것이 포함돼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NASA에서는 이 밝은 점이 빛을 반사하는 얼음 또는 소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산 폭발 지점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돈이 세레스에 근접하면 이 점의 정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돈의 탐사는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 연구소들과도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돈은 세레스에 최고 375㎞까지 접근해 촬영하는 등 내년 6월까지 탐사활동을 계속한다. 탐사활동을 마치면 세레스에 남아 주변 궤도를 계속 돌게 된다.
돈 탐사선의 길이는 2.36m, 태양 전지판이 완전히 펼쳐지면 19.7m에 이른다. 무게는 1250㎏이고 프레이밍 카메라, 지도 작성용 분광기, 감마선 및 중성자 분광기 등이 탑재돼 있다. 돈은 NASA가 개발한 최초의 순수 탐사용 이온엔진을 사용한 탐사선으로 소행성 탐사 외에 이온엔진 테스트도 병행하고 있다. 선체에 425㎏의 제온 추진제를 탑재하고 있다. 이 중 275㎏을 베스타에 닿기 위해 사용했고 110㎏이 세레스로 비행하기 위해 할당됐다.
◇태양계 비밀 간직한 세레스
돈은 왜 베스타와 세레스를 탐사 대상으로 정했을까. 그것은 두 천체가 태양계 초기에 형성됐고 형성 이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원시행성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두 천체가 지구형 행성 형성 시기의 과정과 기록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세레스를 ‘태양계의 화석’이라고도 부른다.
돈이 수행할 핵심임무는 행성 진화에 있어 행성 크기와 물의 역할에 대한 조사다. 특히 지질학적으로 원시적이며 얼음이 존재하는 세레스, 세레스보다 진화했고 암석으로 이뤄진 베스타라는 대조되는 천체를 비교함으로써 어떤 것이 이들의 차이를 가져왔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돈이 궤도에 진입한 세레스는 1801년 1월 1일, 이탈리아의 주세페 피아치가 처음 발견했다. 공식 명칭은 1세레스(1Ceres)이며, 태양계 소행성대에 존재하는 유일한 왜소행성이다. 피아치가 발견한 이후 행성으로 분류됐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왜소행성으로 다시 분류됐다.
IAU는 왜소행성의 정의에 대해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궤도를 갖는다 △원형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질량을 갖는다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들을 흡수할 수 없다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정의에 따라 명왕성과 세레스, 에리스가 왜소행성이 됐다. 또 2008년에 하우메아(Haumea)와 마케마케(MakeMake)가 새롭게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왜소행성은 중력이 약해 행성처럼 대기를 갖지 못한다.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태양계가 생성됐을 때의 원시 물질들을 보존하고 있으며 표면에 운석들이 떨어진 흔적들이 남아 있다.
세레스는 지름 950㎞이며 공전주기는 4.6년이다. 내부는 암석질 핵과 얼음 맨틀로 구성된 것으로 예상되고, 물도 상당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세레스 질량의 4분의 1가량이 물일 것으로 예상하며, 지표 아래 바다가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물과 얼음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관계자는 “베스타와 세레스는 태양계 형성 과정을 담고 있는 화석과 같은 존재”라며 “세레스 연구를 통해 태양계와 지구형 행성의 형성 과정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왜소행성 탐사는 세레스 탐사 이후에도 계속된다. 오는 7월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이 최초로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돈 발사 이전인 2006년에 우주로 떠난 뉴호라이즌스는 9년여 동안 50억㎞를 항해해 명왕성에 접근한다. 뉴호라이즌스는 지난 2007년 목성을 지나며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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