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가격 논란이 다시 뜨겁다.
소비자들은 내릴 땐 게걸음이던 기름값이 오를 땐 초고속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정유사업계는 국제 가격을 준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나라 기름값 인하폭이 더 컸다고 항변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소비자 불만은 국제유가 변동폭이 한국시장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출발한다. 국제유가 하락폭에 비해 우리나라 기름값은 덜 내렸다거나 유가 하락 시에 주유소 가격은 천천히 내려가고 상승기에 빨리 반영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제품 공급가격이 공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장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석유공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유사의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지난해 11월 이후 우리나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 하락폭은 국제유가 하락폭 대비 더 컸다. 석유공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첫주부터 국제유가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 1월 둘째주 사이 국제유가 하락폭은 리터당 262.7원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 하락폭은 리터당 292.5원으로 더 많이 내렸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오히려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올해 1월 둘째주부터 2월 셋째주까지 유가 상승폭은 129.9원이었으나 우리나라에 반영되는 2주 후 기름값은 54.4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해외 주요국 휘발유 가격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기름값이 더 내렸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 하락률은 18.3%였다. 이는 29.4% 하락한 미국보다는 작았지만 일본(16.1%), 프랑스(17.3%), 독일(13.5%), 영국(9.1%) 보다 많았다.
반대로 국제유가 상승기에 상승폭은 더 적었다. 1월 둘째주부터 2월 셋째주까지 우리나라 기름값은 4.1% 상승했는데 이는 일본(3.3%)을 제외한 미국(14.1%), 프랑스(14.5%) 등 국가보다 낮았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기름값 인하 속도보다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국제유가 상승시기에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비대칭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국제 유가 상승기에 정유사 공급가격이 인상되고 더불어 주유소도 자체 가격 인상에 나서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인상폭이 크고 체감 속도도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과도한 유류세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 가격 52.06%가 유류세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비용·마진이 각각 4.52%, 8.47%인 것을 감안하면 유류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가격 하락 시기에 소비자 체감 하락폭을 크게 줄어들 게 하는 원인이 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기름값에 불만을 갖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석유시장 구조가 구매자에게 불리하게 조성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가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