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P+모뎀` 대응력 획기적으로 높인다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을 하나로 만드는 ‘원칩’ 전략을 강화한다.

14나노 핀펫을 적용한 신형 AP ‘엑시노스7420’이 호평을 받자 ‘AP-모뎀’ 원칩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원칩 사업이 성공하면 시스템반도체 사업 전반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일부 고객사 보급형 스마트폰에 통신용 원칩을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고급형 스마트폰에는 원칩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AP+모뎀` 대응력 획기적으로 높인다
삼성전자 `AP+모뎀` 대응력 획기적으로 높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 AP와 모뎀 원칩 라인업 확대로 시스템LSI사업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는 아직 ‘원칩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향 통합칩 사업에 이어 조만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신형 AP 엑시노스7420과 모뎀을 하나의 칩에 탑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원칩은 스마트폰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여주면서 스마트폰 디자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현재 통신용 원칩 시장은 퀄컴이 강하다. 올해 내놓은 스냅드래곤810 역시 AP와 모뎀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이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시 퀄컴 원칩 솔루션에 의존해왔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원칩 생산 노하우를 축적했고 올해 AP 자체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며 “하반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준의 원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삼성전자 원칩 대응력 확대는 그동안 취약했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줄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우선 부진했던 AP에서 올해 내놓은 엑시노스7420 초기 반응이 좋다. 여기에 ‘AP-모뎀’ 원칩 솔루션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면 삼성전자는 통신칩은 물론이고 시스템반도체 전반에서 위상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지난해 모바일 AP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53%로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삼성은 점유율이 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새로 개발한 엑시노스7420을 갤럭시S6에 탑재했다. 추가 고객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AP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14나노 공정의 강점을 살려 애플의 차기 AP인 A9의 50% 이상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AP와 모뎀의 원칩 솔루션 확보는 삼성전자가 추가로 하나의 무기를 더 갖는 효과다.

삼성 엑시노스7420은 비교 대상이 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10에 비해 스펙은 우위다. 다만 스냅드래곤810은 AP와 모뎀 원칩으로 제공되는 게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은 올해 AP 고객사 이탈 가능성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며 “AP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원칩 솔루션까지 갖추면 삼성전자 통신용 반도체 위상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퀄컴의 최근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신형 스냅드래곤810이 출시 이전부터 일부 발열 논란을 겪었다. 중국은 지난달 퀄컴에 60억8800만위안(약 1조60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퀄컴을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퀄컴을 직접 자극하는 일은 자제하고 있다. 기존 강자와 전면전보다는 점차 AP와 통신용 원칩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접근이다. 퀄컴은 칩 생산의 일부를 삼성전자에 위탁하는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