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소프트웨어(SW) 국산화가 잘돼 있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 대부분 국가는 미국이나 유럽 SW에 의존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한다. 우리는 데이터베이스(DB)부터 응용 SW까지 SW 다양성이 확보된 나라다. 오피스와 이미지편집 등 개인용 SW뿐 아니라 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같은 기업용 SW도 기업에서 개발했다. 운용체계(OS)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산 SW로 기업 IT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부차적인 SW 제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고객 요구 사항이 너무 많아 이것저것 새로운 기능을 담는 경우가 많다”며 “그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기능을 패키지화해 개별 판매한다”고 말했다.
고객(수요) 요구가 비정상적으로 다양하다 보니 SW 기업 불만이 크다. 자사가 SW를 자주 뜯어고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양한 SW가 개발되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SW 제품은 많지만 이른바 ‘잘나가는’ 건 극히 드물다. 시장이 적다 보니 상당수 SW기업이 SI 사업에 참여하며 연명한다.
SW 다양성을 시장에서 무기화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 진출로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을 동시에 얻는 방법이 요구된다.
최근 좋은 모델이 나왔다. 티맥스소프트와 알서포트 업무 협력이 그 사례다. 두 회사는 DB와 원격제어 SW 호환성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티맥스소프트 DB 이용 고객이 원격제어 시스템을 요구하면 알서포트가 공급한다. 알서포트 원격제어 SW를 이용하려면 티맥스소프트 DB가 적합하다. 국내뿐 아니라 IT 인프라가 전무한 해외 시장에도 이 전략은 유효하다. 블루오션을 공략하기 적합한 모델이다.
다른 기업도 이 모델을 고려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기업 간 SW 내용을 공개하기 꺼려 하는 문화다. 물론 힘들게 개발한 SW를 남에게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SW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이제 SW 기업도 벽을 허물 차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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