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 모바일게임 ‘레이븐’이 구글과 애플 양대 스토어에서 일주일도 안 돼 매출 1위에 올랐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개발사가 독자적으로 출시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어서 파장을 예고했다. 그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을 좌우해온 메신저 플랫폼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과 구글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12일 출시한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레이븐은 출시 2일(애플앱스토어), 5일(구글플레이) 만에 각각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통상 3~5일 매출을 합해 순위를 매기는 앱스토어 정책을 감안하면 출시 하자마자 전체 모바일 게임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레이븐이 올리는 매출은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로 떼는 30%를 제외하고 모두 넷마블게임즈로 잡힌다.
국내 구글플레이 1위 게임은 일일 평균 약 5억원에서 6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레이븐은 출시 일주일 동안 최소 3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레이븐 흥행으로 소셜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일부 캐주얼, SNS 게임을 제외한 RPG 등 하드코어 게임은 더 이상 메신저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1000만 내려받기도 달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대표는 “이용자당매출(ARPU)이 다른 게임에 비해 높다는 것”이라며 “모바일게임에서도 충성도 높은 유저를 대상으로 한 RPG가 수익성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레이븐이 독자 흥행에 성공하며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는 고민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로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해 온 카카오는 올해부터 RPG 같은 하드코어 게임 입점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다음카카오 게임 매출은 683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8억원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RPG는 3월 현재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10위권 내에 6개가 위치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에서는 80% 가까운 매출이 RPG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카카오가 3월 중국 시장에 한국 모바일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사업을 새로 시작한 것은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표현했다. 오는 게임만 받아 서비스해도 수익이 남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네이버 같은 포털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레이븐은 넷마블이 네이버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넷마블게임즈가 단독으로 출시한 게임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카카오 게임하기에 실린 게임이 ‘with kakao’를 붙이는 것처럼, 레이븐에 ‘with naver’ 꼬리표를 달았지만 네이버 앱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는 않았다. 네이버는 배너광고 등을 통해 마케팅만 지원하고 수익 일부를 나눈다. 이번 협력의 주도권이 넷마블게임즈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넷마블 스토어’ 상표등록을 출원하는 등 독자 플랫폼을 준비하는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레이븐 공동마케팅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게임 이용자 유입으로 인한 네이버 앱스토어 인지도 상승 정도”라며 “포털이나 메신저 플랫폼 업체가 직접 게임사업을 하지 않는 모바일게임 시장 주도권은 게임업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