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는 중국이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D램 산업에도 팔을 걷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메모리 설계기업 ISSI를 인수하며 D램 기술력 축적의 첫발을 뗐다.
최근 서밋뷰캐피털 컨소시엄은 ISSI를 6억3950만달러(약 716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서밋뷰캐피털 컨소시엄에는 이타운멤텍, 화캐피털, 화칭지예투자관리유한공사, 상하이벤처캐피털가이딩펀드가 참여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국유자금이 컨소시엄의 핵심이며, 참여 펀드 대부분이 반도체와 관련이 깊다. 서밋뷰캐피털과 화캐피털, 상하이벤처캐피털가이딩펀드 등은 중국 반도체 관련 펀드다. 이타운멤텍은 팹리스 기업으로, 메모리 기술과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 화칭지예투자관리유한공사만 자본투자 관리와 컨설팅 전문 투자사다.
인수된 ISSI는 지난해 매출 3억2000만달러(약 3600억원)로 DDR3, DDR2, SD램을 디자인한다.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는 팹리스 회사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D램 자체 설계·생산에 속도를 낼 목적으로 ISSI를 인수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1200억위안(약 21조6000억원) 투자를 선언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게 목적이다.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에 걸쳐 자체 기술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비메모리 칩을 자체 설계해 생산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최근에는 성능과 품질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면에 D램은 기술 장벽이 높아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자본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수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비용은 석유 수입 규모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막대한 D램 소비국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02억달러 규모의 D램을 소비했다. 세계 D램 시장의 20%에 달한다. 이 중 모바일D램은 56억달러로 전체 중국 D램 소비액의 55% 규모다. PC D램과 서버 D램 비중은 각각 19%, 11%다. D램 무역수지 개선은 중국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D램익스체인지는 중국 정부가 D램 제조공장을 추가 설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월 10만장 규모의 D램 팹 2개가 있다”며 “현재 5개 지방이 중앙정부의 신규 D램 제조공장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 목적으로 수직 통합 공급망 구성에 필요한 전략적인 합병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며 “중국 D램 소비 시장은 큰 성장 잠재력을 가졌다”고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