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1위, 투자규모 순위 세계 6위. 국내 R&D 투자 현 주소다. 투자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문제는 투자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적인 성과는 많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미흡하다.
질적 성과가 미흡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효율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R&D 관리나 평가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R&D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공이 너무 많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는 부처나 청은 17개나 된다. 각 부나 청은 각자의 법과 규정을 가지고 있다. 여러 부처 중에서도 R&D 사업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R&D 사업 규모가 많은 산업통상자원부, R&D 예산 관련 기능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등이 정부 R&D 핵심부처로 꼽힌다.
이들 3개 부처는 지난해부터 R&D 혁신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미래부는 R&D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주기에 대한 혁신을, 기재부는 R&D 투자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한 혁신안 마련을 준비했다. 산업부는 양 부처 모두와 협력했다. 이를 통해 미래부와 기재부가 각각 정부 R&D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부 R&D 혁신방안이라는 배를 서로 다른 사공이 몰겠다고 한 셈이다.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 최근 3개 부처가 5월까지 하나의 단일한 정부 R&D 혁신방안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3명의 사공이 한 배를 몰겠다는 선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지만, 많은 사공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목적지로 더 빨리 갈 수 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힘을 합쳐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뜻을 모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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