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호가 26일 오전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낮과 밤, 악천후에 상관없이 지상의 상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은 2006년 해상도 1m급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아리랑 2호에 이어 2012년에는 최초로 1m보다 작은 물체를 감지하는 해상도 0.7m 카메라를 장착한 아리랑3호를 발사했다. 이날 발사된 아리랑 3A호에는 이보다 더 작은 물체를 감지하는 0.55m급 해상도의 카메라가 달렸다. 아리랑3A호는 다른 다목적실용위성과 비교해 120㎞가량 낮고 더 빠른 초당 7.8㎞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또 2013년에는 국내 최초의 전천후 지구 관측 위성인 아리랑 5호를 발사했다. 이 위성에는 광학 카메라가 아니라 레이더가 마이크로파를 지상에 쏘고 반사된 신호를 받아 영상을 만드는 영상 레이더(SAR)를 장착하고 있다. 아리랑2호와 3호, 3A호가 날씨가 맑은 날과 낮에만 지상을 찍을 수 있는 데 비해 아리랑5호는 우리나라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구름이 낀 날이나 밤에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더 영상은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건물의 외형이나 지형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지만 이는 단순히 형태 파악에만 그칠 뿐이다. 산불이나 화산활동, 도시의 열섬 현상처럼 형태가 잡히지 않는 지상의 상황은 포착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은 지상에 있는 물체가 내뿜는 미세한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적외선에는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에 가까운 근적외선부터 중적외선, 원적외선이 있는데 아리랑3A호에는 이 가운데 파장이 3.3~5.2㎛에 해당하는 중적외선 감지 센서가 달려 있다. 이 영역의 파장은 300~700도인데, 주로 주변과 온도차가 나는 산불이나 화산 활동, 핵시설과 같은 공장 가동 여부, 도심 열섬과 같은 고온 현상을 포착하는데 용이하다.
군에서는 일찍부터 영상레이더와 적외선을 결합해 물체를 판별하는 방안을 활용해왔다. 적외선 영상이 움직이는 차량의 윤곽을, 영상 레이더가 차량의 형태를 좀 더 정확히 포착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조기경보위성(DSP) 역시 적외선 관측 센서와 영상 레이더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아리랑3A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적외선 감지 성능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파장의 중적외선을 감지하는 미국의 TSX-5는 해상도가 35m, 독일의 버드(BIRD)는 해상도가 370m, 프랑스의 헬리오스가 5~10m 해상도에 불과하지만 아리랑3A호는 5.5 m에 이른다. 그만큼 더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한 위성전문가는 “아리랑3A호는 세계적으로 드문 성능을 가진 IR센서를 장착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의 아리랑 3A호에 대한 관심이 꽤 높다”고 말했다.
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리랑3A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광학과 영상레이더, 적외선 감지 위성까지 모두 보유하게 된다”며 “모든 종류의 지상 관측 위성을 보유하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리랑3A호가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가면서 한반도는 24시간 감시 체계에 들어간다. 아리랑2호는 오전 10시 30분~12시 한반도를 지나고, 아리랑 3호와 3A호는 오후 12시~2시 사이 한반도를 지난다. 특히 아리랑3호와 3A호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시간은 20분 차이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한반도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관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아리랑5호에 탑재된 영상 레이더는 새벽과 저녁시간에, 아리랑 3A호는 새벽 1~2시에 한반도를 지나며 지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운영시간이 설정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아리랑 2호만 운영될 때는 한반도를 관측하는 주기가 하루 0.75회로, 하루에 단 한 번도 관측할 수 없었지만, 아리랑 3호와 5호가 운영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는 하루 3.5회 한반도 관측이 되기 시작했다. 이는 오전과 오후 각각 낮 시간대 영상을, 또 해가 뜬 직후와 해지는 직전에 레이더 영상을 얻는다는 의미다.
아리랑3A호는 오후 12시부터 2시 사이 한 차례, 또 새벽 0시부터 2시까지 적외선 영상을 한 차례 찍을 예정이어서 한반도 관측 주기는 5.5회로 늘게 된다.
일부 위성 전문가들은 다목적실용위성과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처럼 지상을 관측하는 위성이 늘면서 효율적인 국가 위성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핵 사태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처럼 미묘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위성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 2월 북한 핵실험 당시 정부는 북한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다목적실용위성을 2기나 운영하고서도 정작 북한의 핵실험 직후 사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위성의 한반도 진입 시점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구름이 가득 끼어 촬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위성이 늘어날수록 목표한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위성들을 시간대별로 끊어지지 않고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군집형태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체계가 국가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스니(러시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