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결국 `B2B`로

차세대 IT단말기로 각광 받아온 각종 ‘웨어러블 기기’가 찬밥 신세다. 초창기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기대만큼 수요가 창출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웨어러블 제조업체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기업용(B2B) 시장’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웨어러블, 왜 안 사나

내달 시판에 들어가는 애플워치를 비롯 현재의 손목형 웨어러블은 매일 충전해야 한다. 작은 화면으로는 보여줄 정보량이 적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팔찌 형태의 웨어러블이 잘 팔린다. 일부 기능이 제한적이나 화면이 없어도 되고, 조작이 간단하며 배터리도 오래간다.

구글이 지난 2013년 출시한 안경형 단말기 구글글라스는 눈에 띄는 디자인이 부담스럽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결국 1월 판매가 중지됐다.

카메라가 내장된 구글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의도 여하를 떠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 영화관 등 일부 공공장소는 구글글라스 착용자 출입을 금한다.

◇결국 B2B로 수렴

웨어러블이 일반 소비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자, 찾아낸 시장이 B2B다. 일을 위해서라면 다소의 불편함이나 사생활 침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이코 엡슨의 안경형 웨어러블 `모베리오`
세이코 엡슨의 안경형 웨어러블 `모베리오`

도시바가 지난해 가을 발표한 ‘도시바 글라스’는 공사장과 병원 현장에서 도면이나 의료 차트를 즉석에서 열 수 있다.

소니도 안경형 단말기 ‘스마트 아이 글래스’를 오는 2016년 판매할 예정이다.

세이코 엡손은 의료현장에 주목한다. 자사 안경형 단말 ‘모베리오’는 수술장에서 유용하게 설계됐다. 손목시계형 활동량계 ‘펄센스’ 역시 의료기기로 승인 취득을 받는 게 목표다.

우스이 미노루 세이코 엡손 사장은 “현재 웨어러블 단말 매출이 수십억엔에 불과하나, 의료 분야를 비롯한 B2B 확대로 ‘1000억엔(약 9255억원) 규모’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가 작업자에게 주는 ‘양손의 자유’는 업무 처리에 있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